정부가 ‘다문화 가족’의 법적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사각지대를 없애 더 많은 다문화 가족이 정부 지원 혜택을 보게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20차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학령기 다문화 가족 자녀 포용적 지원 방안’과 ‘2022년도 다문화 가족 정책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가구원은 2015년 88만명에서 2020년 109만명으로 증가했다. 또 저출산으로 전체 초·중·고 학생이 2012년 672만명에서 2021년 532만명으로 21% 줄어든 반면, 다문화 가정 학생은 같은 기간 4만7000명에서 16만명으로 240% 급증했다. 이렇게 다문화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이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다문화 가족의 범위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현재 다문화가족지원법은 ‘한국인+결혼 이민자(외국인)’ ‘한국인+귀화자’ ‘귀화자+귀화자’ 등으로 이뤄진 가족을 다문화 가족으로 본다. 만약 한국 남성이 외국 여성과 결혼한 뒤 여성은 본국(本國)에 있고 한국인 남성이 자녀만 데리고 한국에서 살고 있다면 ‘한국인+한국인’ 가족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다문화 가족이 아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런 경우 자녀가 한국말도 잘 못 하고 외국인과 다름없는데도 법적 다문화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해 정부 지원을 못 받는다는 민원이 있었다”면서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 필요한 다문화 가족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국적 회복자와 한국인이 결혼한 경우도 다문화 가족 범주에 넣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과거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던 외국인이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할 땐 귀화가 아니라 국적 회복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런 국적 회복자와 한국인이 결혼한 경우 현재 법상으론 다문화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예컨대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가 살던 사람이 한국 사람과 결혼한 뒤 국적을 회복하고 한국에 돌아와 사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이같이 다문화 가족의 범위를 확대하는 데 대해선 반대 의견도 있다. 현재 법적 다문화 가족은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우선권과 공기업 채용 가산점, 주택 특별 공급 등 각종 혜택을 받는다. 이 때문에 “내국인 역차별”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여가부 측은 “법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대상까지 법적 범위를 넓힐지 정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또 올해부터 다문화 아동·청소년이 학업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전국 가족 센터 78곳에서 학업 상담을 해주고 교과 보충 프로그램도 제공하는 등 다문화 가정 자녀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