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정이 메달과 뜨개질 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메달 수여식에서 최민정(24) 선수는 금메달과 함께 꽃다발을 하나 받았다. 생화(生花)가 아닌 ‘뜨개질 꽃다발’이었다. 캐시미어 원단으로 뜨개질을 해 장미, 은방울꽃, 수국, 월계수, 올리브 가지 등 6가지 꽃과 잎 모양을 만들었다고 한다. 같은 날 쇼트트랙 남자 계주 5000m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도 이런 뜨개질 꽃다발을 받았다.

20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수상자들에게 뜨개질 꽃다발을 준 것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차원이었다. 금세 시들지 않아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데다, 싫증 나면 다시 풀어헤친 후 재활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환경 문제에 관심이 큰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선 이런 뜨개질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 확산세가 장기화하면서 이른바 ‘집콕’을 하며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라는 반응도 많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강모(32)씨는 코로나를 계기로 지난 2020년 말부터 뜨개질을 시작했다. 실력이 늘며 최근 양말과 모자 등은 뜨개질로 직접 만들어 입는다. 강씨는 “뜨개질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로는 돈 주고 옷을 사 입는 것도 줄이게 됐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전모(33)씨는 “뭔가를 만들기 위해 도안(圖案)을 보면서 뜨개질을 하다 보면 퍼즐 푸는 기분도 들고, 뜨개질을 완성한 뒤에는 보상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실도 양 같은 동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식물성 섬유 제품이나 재활용된 실을 사기도 한다”고 했다.

뜨개질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늘어나며 관련 용품을 파는 상점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손뜨개용품점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중년 이상 고객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청년층과 노년층 비중이 반반”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