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편의점에 ‘포켓몬 빵’이 일시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독자 제공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이민환(32)씨는 지난달 28일부터 3일간 출퇴근길과 점심시간 등 시간이 날 때마다 가까운 편의점을 찾아갔다. 지난 24일 판매를 시작한 ‘포켓몬빵’을 찾기 위해서였다. 3일 간 7곳의 편의점을 갔는데 그는 한번도 이 빵을 사지 못했다. 이씨는 “빵 봉지 안에 든 스티커를 하나하나 모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애타게 이 빵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씨 같은 20~30대 사이에서 ‘포켓몬빵’이 화제다.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수백 가지의 캐릭터 ‘포켓몬’을 앞세운 제품으로, 지난 1998년 출시돼 2000년대 초반까지 판매됐었다. 500원짜리 빵 한 봉지마다 포켓몬 스티커가 하나씩 들어 있었는데, 이 스티커를 종류별로 모으는 게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큰 유행이었다.

SPC삼립이 지난 24일 이 제품을 약 20년 만에 다시 출시하면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당시 학생이었던 지금의 20~30대 안팎 젊은 층이 추억을 떠올리며 포켓몬 빵 구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빵 1봉지에 1500원인데, 빵을 먹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빵 봉지 안에 든 포켓몬 스티커 수집을 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출시 1주일 만에 150만개가 팔렸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소비자들이 포켓몬 빵이 입고되는 시각에 몰려드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도 나타난다. 이 빵을 찾는 손님이 많아 ‘조기 품절’이라며 따로 안내문까지 내거는 가게도 생겼다. 서울 은평구의 한 편의점 점주 황현자(58)씨는 “포켓몬 빵을 찾으러 왔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청년이 많아, 아예 포켓몬 빵이 들어오는 시간을 적어서 판매대에 붙여놨다”며 “그랬더니 손님 3~4명 정도가 그 시간대 등장해 기다리다가 전부 쓸어갔다”고 했다. 중고거래 앱 등에서는 포켓몬 빵에 든 스티커만 따로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인기 캐릭터인 ‘꼬부기’ 스티커 1장을 빵 가격인 1500원의 10배인 1만5000원에 파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