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지난 6일 보도한 '김만배 음성파일' 가운데 한 장면. 김씨는 자신을 '형'이라고 말했지만, 자막에는 '우리가'로 바뀌어 있다. /뉴스타파

뉴스타파가 6일 공개한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놓고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짜깁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음성파일을 공개하는 기사에서 ‘입수’ ‘(김만배의) 지인’ 등의 표현을 쓰며, 마치 매체가 ‘제3자’로부터 제보를 받은 것처럼 기술했지만, 사실은 뉴스타파와 용역 계약 관계인 신학림씨가 김만배씨를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원희룡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8일 한 유튜브 채널 영상을 공유하며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짜깁기 편집 5군데 잡아냈다”며 “공개되는 제품인데 아무리 급해도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원 본부장이 공유한 영상은 ‘시사포커스TV’의 ‘김만배 녹취록 조작 파일 들통?…이상한 짜깁기 흔적 발견’이다.

해당 영상은 뉴스타파 보도 영상에서 다섯 군데를 문제 삼는다. 뉴스타파 원본 영상의 23초~26초 부분과 42초~45초 부분이다. 김씨가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했다고 말하며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의 소유 구조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이다.

김씨는 “그 당시에 윤석열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그래서 박영수를 소개해줘 내가. 박영수가 (사건 관련) 진단을 하더니 나한테 ‘야, 그놈보고, 가서 덜덜덜덜 떨고 오니까,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라 그래’.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라고 말한다.

이에 신씨는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라고 한다. 김씨는 “응. 처음에 잘 팔렸으면 한 20명한테 팔기로 했었는데 천화동인 1호서부터 18호까지 해서. 법조인도 엄청나게 이거 이제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성남시에서) 3700억원 선배당 받아가겠다니까, 이제 법조인들이 ‘아, 우리는 안 해, 그러면’ 이렇게 해서 형이 많이 갖게 된 거지. 그러니까 이거를 기가 막히게, 이재명이가 했는지 누가 했는지 정밀하게 했지”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김씨가 “응. 처음에 잘 팔렸으면”이라고 말하는 부분과 “형이 많이 갖게 된 거지. 그러니까 이거를”이라고 말하는 부분에 짜깁기 흔적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응’과 ‘처음에’ 사이와 ‘된 거지’와 ‘그러니까’ 사이에 각각 다른 부분을 이어붙인 것처럼 들리는 대목이 있고, 조씨의 수사 관련한 얘기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화천대유·천화동인의 소유 구조에 대해 말을 이어가는 것도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유튜브 시사포커스TV

뉴스타파 영상의 4분 25초~4분 30초 대목도 자연스럽지 않다. 김씨가 조씨 수사를 무마한 경위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김씨는 “얘가 다른 기자를 통해서 찾아와. 조우형이가 나를. ‘형님, 제가 이렇게 수사받고 있는데 다른 기자분들이 해결 못해주는데 형님이 좀 해결해주세요’ 그래서 ‘그래? 그런데 형이 직접 가서 얘기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영상의 소리를 들어보면 김씨가 “그래서”라고 말하는 지점을 전후로 배경에 깔린 잡음이 사라진다.

6분 30초~6분 34초 부분도 짜깁기한 흔적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사건 주임 검사를 맡았을 때 사건에 관여했다는 것을 말하는 대목이다. 신씨가 “박영수가 그러면 윤석열이하고 통했던 거야?”라고 묻자 김씨는 “윤석열이를 (박영수가) 데리고 있던 애지. 통했지.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시키고 이랬지”라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통했지”와 “그냥 봐줬지” 사이에 짜깁기를 한 것처럼 어색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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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구조에 관해 설명하는 부분은 영상 후반부인 9분 45초 지점에서 다시 등장한다. 김씨는 천화동인을 1호부터 18호까지 20명한테 팔기로 했었는데, 하나도 안 팔렸다고 설명한다. 김씨는 “공모조건을 성남(시)이 유리하게, 자기네한테 유리하게 해서. 법조인도 엄청나게 이거 이제 투자하겠다고 했는데”라고 말한다. 영상 10분 2초에서 10분 8초 부분인데, “유리하게 해서”와 “법조인도” 사이에 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니라 잠깐 끊기는 부분이 있다. 각각 다른 발언을 갖다 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씨는 천화동인을 많이 소유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이렇게 해서 ‘형’이 많이 갖게 된 거지. 천화동인이 다 파는 거였었는데”라고 말한다.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를 보면 자막에는 김씨가 말한 ‘형이’가 아니라 ‘우리가’로 표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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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을 보도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짜깁기 한 것 없다. 전체 녹취가 1시간 12분 분량인데, 다 올릴 수 없지 않느냐”며 “필요한 부분만 따서 올린 것이다. (짜깁기 의혹 관련해서는) 다른 얘기는 드릴 게 없다”고 했다.

‘형’이 아니라 ‘우리가’라고 쓴 데 대해 한 기자는 “대화를 한 건 (김만배·신학림) 두 사람이 맞다.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도중에 김씨가 여기저기서 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전화를 한 사람들하고 대장동에 대해 얘기를 한다. 그런 내용이 섞여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육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장동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들 중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발췌하다보니 하나인가 두개를 전화통화 과정에서 녹음된 김씨의 목소리를 쓰게 됐다”며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육성은 그대로 살려두되, 자막으로 읽는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라고 바꿔놓은 거고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음성을 녹취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해명 요청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