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래도 귀한 ‘까르띠에 팬더(panther)’ 컬렉션을 많이 본 사람중의 하나일 겁니다. 김정숙 여사가 단 브로치는 까르띠에일 수가 없습니다. ‘맞춤’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까르띠에는 저런 걸 맞춰주지 않습니다. 이미테이션이라고 봅니다. 어디서 따왔는지도 알겠어요.”

윤성원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신소재공정공학과 겸임교수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뉴욕에서 보석 감정, 디자인, 세공, 경매를 두루 공부했다. 까르띠에, 부쉐론, 불가리, 티파니, 쇼메 같은 보석브랜드의 하이엔드 주얼리를 실물로 많이 보고 감정해온 사람이다. 그와 일문일답을 했다.

1.김정숙 여사 ‘팬더’가 진품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
2. 대체 왜 진품은 2억~20억원까지 비쌀까
3. 가짜라면 대체 얼마짜리일까
4. ‘팬더’가 ‘쎈 여자’의 상징인 이유
김정숙 여사의 브로치 논란과 관련, '보석 스페셜리스트' 윤성원 씨가 전문가로서 의견을 냈다. "진품은 아니다. 까르띠에가 아닌 외부에서 제작한 것 같다."

-김정숙 여사 브로치가 논란입니다.

“까르띠에는 팬더를 소재로 일반 브로치, 반지를 만들고, 이걸 소재로 ‘하이 주얼리 컬렉션’도 만들었어요. 일반 라인은 몇백만원대, 하이 주얼리는 1억~2억원대입니다. 수십, 수백억짜리도 있지요. 까르띠에가 예술작품으로 만든 겁니다. 저도 최근 ‘김 여사가 착용한 표범 브로치가 까르띠에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물론 김 여사의 실제 물건을 안봐서 100% 장담은 못합니다. 그러나 사진으로 본 팬더의 사이즈, 비율, 라인, 각도, 보석 세팅, 전체적 실루엣 어느 하나 진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연예인 이승기가 착용한 팬더와는 다르던데, 그런 이유인가요?

“아니요. 팬더는 여러 종류입니다. 엎드린 팬더, 웅크린 팬더, 옆으로 누운 팬더, 다리 뻗은 팬더, 허리 접힌 팬더, 질주하는 팬더, 보석을 안은 팬더, 보석을 문 팬더, 보석에 앉은 팬더…전문가들끼리는 ‘팬더가 돌을 물거나 잡는 순간 어마무시한 가격이 된다’고 말합니다. 모양은 다 다르지만, 그 자체로 정밀합니다. ”

윈저공의 부인 심슨 부인이 착용한 까르띠에 팬더 브로치(노란 점선 안). 157cm 키의 심슨 부인이 착용했을 때도, 크게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윈저 공작부인의 보석' 책자에 나온 사진이다. /윤성원씨 제공

-특별 오더로 맞췄을 것이다. 이런 주장은요?

“까르띠에 3대손이 루이 까르띠에입니다. 프랑스 여성 잔느 투생을 1933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임명합니다. 연인이었지만 잔느의 출신이 비천하다고 집안에서 결혼을 안시킵니다. 루이는 그녀에게 디렉터 직을 맡겨 평생 함께 했고요. 잔느가 다양한 포즈의 표범을 디자인했어요. 그녀 별명도 ‘라 팬더’에요. 그러니까 까르띠에의 팬더는 중요한 헤리티지입니다. 어떤 고객이 맞춰도, 저렇게 미학적으로 어긋난 제품을 맞춰주지 않습니다.”

-어느 점이 이상한가요?

“까르띠에 팬더 애호가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심슨 부인(1896~1986)이에요. 에드워드 8세(1894~1972)가 그녀 때문에 영국 왕위를 버렸잖아요. 윈저공은 심슨이 ‘왕비’가 되지 못한 점을 미안하게 생각해서 카슈미르산 푸른 사파이어(152캐럿)에 앉은 팬더(1949년작)를 비롯, 에메랄드 위에 올라간 팬더 등 여러 개를 선물했습니다. 152캐럿 팬더는 훗날 까르띠에가 다시 사들였는데요, 가격을 아예 책정하지 않았습니다. 주문 제작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사가 착용한 브로치는 ‘사파이어 위에 앉은 팬더’에서 보석 부분을 빼고 몸통만 구현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상해 보이죠.”

-실제로 보신 적 있나요. 옷에 달면 어떻게 보이나요?

윤성원 교수가 일본 전시장에서 촬영한 '까르띠에 팬더' 브로치. 윤 교수는 "이 모양에서 푸른색 보석을 제거한 몸통 만을 브로치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성원씨 제공

“네. 일본에서 실물을 봤는데요. 작아요. 자료집을 한번 볼까요. 심슨 부인 키가 157센티입니다. 김정숙 여사보다 훨씬 작지요. 그녀 몸에 달린 팬더는 크기가 결코 크지 않아요. 누가 모조품을 굉장히 ‘자이언트하게’ 만든 것 같아요.”

-까르띠에에 커다란 브로치는 흔한 건가요?

“제가 모든 기록을 다 본 것은 아닙니다만, 김 여사께서 착용한 크기는 홍학이 떠오릅니다. 제가 보기엔 팬더 몸통을 홍학 사이즈로 재현한 것 같습니다.”

-가짜를 두고는 짝퉁, 이미테이션, 오마주, 인스파이어 등 여러 용어를 씁니다. 이런 걸 외부업체에서 맞추면 얼마나 듭니까.

“글쎄요.”

*업계에서는 크기가 커서 전체를 금속으로 만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속을 비운 백금틀로 팬더 몸체를 만들고, 서브 다이아, 사파이어를 넣어 유사한 모양과 크기로 만들 경우, 귀금속 원가를 1000만원 내외, 공임을 포함한 최종 공급가격을 2000만원 내외로 추정한다. 시중에는 2만원짜리 표범 브로치도 있다. 금속에 인조보석을 본드로 붙인 제품이다.

영국 윈저공의 배우자 '심슨 부인'이 착용한 까르띠에 홍학 브로치. 이례적으로 큰 사이즈다. /윤성원씨 제공

-왜 까르띠에는 진품, 가품 여부를 밝히지 않는 걸까요?

“잔느 이야기, 심슨 부인 사연...팬더 브로치는 강렬한 스토리를 가졌습니다. 과거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상속녀들도 이 시리즈의 애호가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귀한 보석은 스캔들 한복판에 놓인 여성들 소유였던 적이 많죠. 그러니 그저 (논란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 L씨도 “까르띠에 내부자에게 들어보니 결코 자기네 피스(제품)가 아니라고 한다”는 말을 전해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 여사 어깨에 달린 브로치는 가품인 게 거의 확실해 보인다.

L씨가 흥미로운 말을 했다. “너무 비싼 걸 해도 욕 먹고, 너무 싸구려를 해도 안목이 없다고 욕먹잖아요. 본인이 명품 카피를 직접 맞췄어도 논란이고, 혹시 누가 선물해줬다면 그것도 문제고...어떻게 답을 하겠어요.” 어쩌면 논란의 핵심은 이것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