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최모 씨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1월13일 박준영 변호사(오른쪽)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재심 전문으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피해는 힘없는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박 변호사는 11일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후 형사사법 시스템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주변 변호사들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설문조사를 인용해 경찰이 고소취하를 종용하거나 고소장을 선별 접수하는 등 사건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경찰 업무량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신종 분야나 어려운 법리를 요구하는 경우 수사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 송치 결정에 대한 보완수사 등 절차를 거치면서 수사가 지연되고 사건이 적체되고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사건 당사자의 피해”라고 했다. 이어 “하루가 아쉬운 고소사건의 피해자, 하루라도 빨리 질곡에서 벗어나고 싶은 무고한 피의자에게 신속한 사건처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공수처에 대해서도 1년간 단 한 건 기소했다며 “무능하고 불공정하다는 비판에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선 나머지 성급한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준비가 부족한 개혁의 피해는 우리 사회의 불행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얼마 전 대통령 인수위에서 연락왔지만 가지 않았다”며 지난 대선에서 ‘1번’, 즉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찍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소외당하고 서러운 사람들, 자신이 변호했던 사람들의 편이 되어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박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은 그 피해가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해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로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는 게 두렵기 때문은 아닌지, 자신을 상대로 진행된 검찰 수사에 대한 반감은 아닌지, 검찰 개혁에 강경한 입장인 당원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목적은 아닌지”라고 예측했다.

박 변호사는 “형사사법 절차는 정치적 셈법의 대상이 아니다”며 “내일 민주당 의원총회를 주목한다. 국회의원들의 소신과 양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2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 시기 및 방법을 결정할 방침이다.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남은 한 달여 임기 안에 검경 수사권 논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쏠리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