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 중인 50대 남성이 아내 생일을 기념해 편지를 보내려 했지만, 우표를 구하지 못해 1000원을 동봉해 우체통에 넣었다가 우체국으로부터 감동적인 답장을 받았다는 사연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아내에게 편지를 썼지만, 우표를 못 구해 A씨가 우체통에 넣은 우표값 1000원과 메모/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오늘 감동 사연’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보잘것없는 57세 일용직 노동자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3월 태안 화력발전소에 정비 공사하러 태안에 올라온 지 한 달이 지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저는 직업이 객지를 떠도는 직업이라서 몇 년 전 암 수술받은 집사람 곁을 늘 떠나 있다”며 “곧 집사람 생일이라 객지 생활하면서 편지라도 한통 써서 생일 축하한다고 하고 싶어서 손편지를 썼다. 그런데 요즘 편지 보내기가 어렵더라. 여기가 시골이라 우표 살 곳도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지난 10일 아내에게 쓴 편지를 들고 무작정 네비게이션에 ‘우체국’을 검색했다. 가장 가까운 우체국은 태안 이원 우체국. 그러나 주변에 우표를 파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A씨는 차를 뒤져 종이 한 장을 찾았고, 거기에 메모를 남겼다.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고, A씨가 우체국으로부터 받은 잔돈과 자신이 쓴 메모/보배드림

‘우편물 수거하시는 분께. 일요일이라서 우표를 못 사서 이렇게 1000원을 동봉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우편을 부칠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문제가 있으면 전화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A씨는 편지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메모, 그리고 1000원이 든 봉투를 우체국 앞에 설치된 우체통에 넣었다.

4월 12일 화요일. A씨는 자신의 편지가 접수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체국에 전화했다. A씨는 “담당 직원이 친절하게도 잘 접수해서 보냈다고 하더라.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20일 퇴근하고 숙소에 온 A씨는 자신에게 온 편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내에게 편지를 부쳤던 우체국으로부터 편지가 온 것. 봉투 안에는 우표값 430원을 제하고 잔돈 570원과, A씨가 쓴 메모, 영수증이 담겨 있었다.

태안 이원 우체국/보배드림

A씨는 “너무 감동이었다. 너무 고맙게 일처리를 해주신 태안 이원 우체국 직원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30년 만에 감동을 느껴본다. 집사람과 연애할 때 편지 많이 썼다. 집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은 게 1992년 이후 처음이라서. 사실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제겐 정말 눈물이 왈칵 나올 만큼 큰 감동이었다. 객지 생활하면서 피폐해진 제 마음이 풀어졌다”고 우체국 직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A씨의 글은 보배드림에서 화제를 모았다. 조회수는 21일 오후 3시 20분 기준 6만8000회를 넘겼고, 1500명이 ‘추천’했다. 회원들은 “오랜만에 눈가가 촉촉해진다”, “감동이다”, “아직 세상을 살만하네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우체통에서 A씨가 보낸 메모를 확인한 직원은 태안 이원 우체국 이경미 사무장이다. 이 사무장은 21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우체통을 열고 A씨의 편지와 메모를 봤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우체통을 하루에 한 번씩 여는데 메모랑 내용이 너무 상세하더라. 정말 세심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우표값이 1000원이 아니기 때문에 잔돈을 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신인의 사연은 뒤늦게 접했다. 당연히 제 업무 중 하나고, 제가 늘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한 건데, 인터넷에 알려졌다고 하니까 민망하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