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재 외신 특파원들은 “한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젠더 갈등은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니콜라스 로카 프랑스 공영 RFI 라디오 특파원은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모여 반(反)페미니즘 집회를 여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면서 “유럽에도 기독교 단체와 페미니스트 집단 사이의 갈등은 있지만, 젊은 남녀가 서로를 비난하는 건 한국에만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했다. 마이니치신문의 시부에 지하루 특파원도 “일본에서는 온·오프라인에서 젊은 세대가 성별을 나눠 집단 대립했던 전례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외신 기자들은 징병제 등 한국의 특수성을 남녀 갈등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입시·취업 시장의 경쟁이 심화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로카 특파원은 “젊은 세대는 과거보다 취업, 내 집 마련 모두 훨씬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유럽 젊은이들은 취업난의 책임을 이민자에게 돌리는데, 한국에선 상대 성별에 이를 전가한다”고 했다. 지하루 특파원은 “한국은 일본보다 대졸자 취업률이 훨씬 낮고, 부동산 문제도 심각하다”면서 “한국 젊은이들이 공정과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3월 대선에서 20대 남성 위주의 공약을 내세웠던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 벨레의 프랭크 스미스 특파원은 “윤 당선인은 페미니스트 집단을 소외시키면서 남성들을 지지 기반으로 끌어왔다”면서 “(여가부 폐지 공약은) 정치적”이라고 했다. 로카 특파원도 “이준석 당대표의 ‘이대남 정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를 상대로 펼쳤던 ‘국경 장벽 건설(Build the wall)’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 사회부 기자, 유재인 사회부 기자, 윤상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