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조선일보 DB

경찰이 약 2562억원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사모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이 펀드를 만들어 운영한 장하원(63)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의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는 장하성(전 청와대 정책실장) 주중 대사의 동생이다. 영장을 신청했다는 것은 경찰이 혐의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찰이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지 3년 만에 이런 움직임을 보이자, 피해자들 사이에선 “정권 실세 이름이 나오는 사건에서 눈치만 보던 경찰이 대선 이후에 태도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장 대표와 회사 임원 1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신청에 따라 서울남부지검도 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장 대표는 2016년 디스커버리 펀드를 만들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산운용사였지만 ‘장하성 동생 펀드’로 알려졌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이 펀드를 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2019년 4월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터졌다. 이 과정에서 장 대표는 부실화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펀드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펀드에는 장하성 대사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각각 60억여원과 4억여원을 본인과 가족 명의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사자들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실세들이 사건에 등장해 논란이 커지는 데 비해 경찰 수사 속도가 느려 의혹이 더 커졌다. 경찰은 2021년 5월 내사를 시작해 그해 7월 서울 여의도에 있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2월 처음 장 대표를 소환조사한 데 이어 5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 발생 이후 약 3년 만이고, 내사 이후로 쳐도 1년이나 걸렸다. 특히 이번 구속영장 신청을 두고도 대선 결과를 감안해 영장 신청을 계속 미뤘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 속도에 맞춰서 한 것뿐”이라고 했다.

장 대사나 김 전 실장 등이 실제 피해자인지, 아니면 다른 투자자와 달리 특혜를 받았는지도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경찰 설명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경찰은 지난 2월만 해도 “이 사건 핵심은 금융 사기 사건일 뿐, 누가 투자했는지 등은 수사의 본류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서울경찰청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윗선 개입 수사 여부와 관련해)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 중이고 이것과 맞물려 영장을 신청한 것”이라며 “(펀드에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나중에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수사 확대의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