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찾은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한 1층 건물. 건물 위쪽에 커다란 떡집 간판이 달렸지만 실제로 그 아래 영업하고 있는 건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낙원시장에서 방앗간을 하던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이 자리에서만 35년 동안 떡집을 운영해왔던 안모(66)씨는 9개월 전 떡집을 접고 카페만 운영하기로 했다. “매출도 시원찮거니와 아내가 몸져누우니 떡 만들 사람이 없어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는 안씨는 “여전히 동네에서는 ‘떡집 아저씨’로 통해 간판을 안 떼고 있다”고 했다. 낙원동의 이 주변 골목은 한때 떡집만 10여 개가 몰려 있어 ‘떡집거리’로 불렸지만 지금은 단 세 곳만 남았다.

맞춤 떡을 만드는 전통 떡집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결혼이나 이사 등 각종 기념일 등에 떡을 돌리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시장에서 20년 이상 떡집을 해 온 송모(64)씨는 “젊은 사람들이 이제 행사 답례품으로 떡보다는 빵이나 디저트류를 많이 하더라”라며 “김영란법 이후로는 5만원짜리 세트 상품도 안 팔리고 근 1~2년 사이 공무원 시보떡 주문도 거의 없어졌다”고 전했다. 초임 공무원이 6개월간의 시보가 끝나면 이를 기념하면서 관행적으로 돌리는 떡이 시보떡이다. 결혼 문화도 간소화됐다. 낙원동 낙원떡집의 2대 사장 이광순(74)씨는 “이바지떡 주문은 아직 가끔 들어오기도 하는데 폐백떡은 기본 30만원부터 시작하다 보니 2015년 이후로는 보기 드물어졌다”며 “전통 폐백떡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이제 전국에 몇 명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문화가 바뀌면서 매출이 줄었는데, 코로나까지 닥치자 많은 떡집이 버티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재래식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모(66)씨는 “결혼식, 산악회, 학교 운동회 등 행사가 줄어드니 2020년 코로나가 터진 후 반년도 못 버티고 떡은 더 이상 안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등포시장의 한 떡집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인터넷으로라도 판로를 뚫어 보려고 했지만 골목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겐 어려운 일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