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대출 광고 전단. /경찰청

오랜 기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 생활비가 필요했던 심모(29)씨는 2020년 7월 온라인에서 우연히 ‘휴대전화 개통만 해주면 대출을 해준다’는 광고를 봤다. 대출 업자는 “기기 값이나 요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신분증을 건네고 휴대전화 네 대를 개통하는 조건으로 80만원을 받았다. 한 달 뒤 네 대의 기기 값 등으로 450만원가량 되는 청구서가 집으로 날아왔다. 사기라는 것을 알게 돼 경찰에 신고했지만 되레 “명의를 빌려주는 건 불법”이라며 형사 입건돼 벌금 200만원까지 냈다. 심씨는 “80만원 빌리려다가 처벌받고 지금까지도 기기 값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처럼 급전이 필요해 휴대전화를 개통해줬다가 ‘휴대전화 깡’ 피해자가 되면서 동시에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수백만원의 요금을 물어내고 이른바 ‘대포폰’을 개통해준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대포폰 적발은 2019년 1만9080대에서 2020년 8923대로 줄었다가 지난해 5만5141대로 급증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출 조직은 전단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휴대전화 개통하면 1대당 50만원 당일 지급’과 같은 문구를 내걸고 사람들을 유인한다. 당장 급하게 생활비가 필요하지만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이 주요 타깃이다. 휴대전화를 넘겨 주면 소액 결제 등으로 최대한 돈을 끌어쓴 다음에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휴대전화를 넘겨 또 범죄에 활용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