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청이 동대문경찰서에 최근 5년간 약 1억원의 업무추진비를 ‘지역치안협의회’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전달했는데, 이 돈 대부분이 경찰 회식비로 의심되는 ‘격려비’로 사용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돈 사용처가 어디인지, 돈 쓴 사람이 누구인지 등도 명확하지 않다. 경찰 안팎에서는 지자체와 경찰 사이의 이 같은 불투명한 금전 지원이 ‘지역의 공무원과 경찰 유착’이라는 오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치안협의회(협의회)는 구청이 관할에 있는 경찰과 함께 지역 범죄 예방 등을 위해 논의를 하는 법적 자문기구다. 협의회는 구청장과 경찰서장을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두고, 교육⋅언론⋅사회 단체 대표자들을 포함해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김소양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서울 25구 중 24곳에서 협의회를 운영 중이고 12곳이 예산을 별도로 두고 협의회를 지원하고 있다. 각 자치구 조례에는 ‘구청장은 협의회의 조직과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12곳 중 사실상 현금 지원을 하는 곳은 동대문구가 유일했다. 나머지 11개 자치구 중 7곳은 예산 편성만 하고 집행을 하지 않았고, 4곳은 협의회 회의를 위한 사무용품이나 다과를 마련하거나 협의회 위원에게 참석 수당을 주는 데 예산을 썼다. 경찰 요청으로 구청이 치안 관련 홍보물을 제작해서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동대문구는 2017년 7월부터 현재까지 분기별로 500만원씩 1억원을 동대문경찰서에 지원했다. 특정 계좌에 업무추진비가 입금되면, 경찰이 그 계좌에 연결된 현금카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본지가 동대문경찰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대문서는 이 돈 대부분을 소속 경찰 격려비로 썼다. 예컨대 작년 7월 30일 ‘수사과 노고 격려’로 16만8000원, 9월 23일 ‘추석 연휴 기간 본서·지역 경찰 노고 격려’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디에서 사용했고, 누구를 몇 명이나 격려했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김소양 의원은 “(내역을 보면) 지역치안정책과 관련해 실무적으로 쓰여야 할 예산이 구청장이 경찰에 힘을 쓸 수 있는 돈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병희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는 “구청이 경찰에 행정·예산 지원을 할 수는 있으나 경찰 직원 격려비로 사용되는 돈을 지원하는 게 구청의 업무가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기윤 변호사는 “세부 내역이 상세히 공개되지 않으면 구청과 경찰의 유착 의혹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동대문서는 “(구청에서 보낸) 업무추진비를 직원 격려 하는데 쓴 것은 맞지만 위법성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내부적으로 기준을 세워 용도에 맞게끔 쓰도록 하겠다”고 했다. 동대문구청도 “취지에 맞지 않는 예산이 집행되는 경우가 없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