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어깨를 부딪쳐 시비가 일었던 고등학생을 찾아내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유석철)는 19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20)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이씨는 지난 2월 1일 오후 11시12분쯤 경기 동두천시 한 빌딩에서 고등학교 3학년생 A(18)군을 흉기로 64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사건 당일 오후 9시쯤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나오던 중 A군 일행과 어깨를 부딪친 일로 시비를 벌였다. 당시 이씨는 A군 일행에 의해 인근 지하 주차장으로 끌려가 멱살을 잡히고 주먹으로 얼굴을 맞는 등의 폭행을 당했다. 또 A군으로부터 “네 부모를 찾아가서 죽여 버릴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주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파출소로 향한 이씨는 자신이 폭행 피해자임을 주장해 훈방 조치됐다. 그러나 A군에게 앙심을 품은 그는 복수하기 위해 집에서 두 가지 흉기를 챙겨 나왔고, 시비가 붙었던 장소로 다시 가 A군을 찾아 다녔다.

이후 A군을 발견한 이씨는 곧장 뒤따라가 “내가 누군지 기억나냐”고 물은 뒤 흉기를 꺼내 공격했다. 목, 어깨, 배 등을 찔린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A군과 일행에게 폭행당한 것이 분해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또 구속기소 된 후에는 재판부에 총 88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일행으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의 죄책은 무겁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피해자와 일행이 피고인을 폭행하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 부모님을 해악할 것까지 언급하는 등 피해자의 행위가 범행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보이는 점,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