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4일 오전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하이트진로 강원 공장 앞 도로를 사흘간 봉쇄하며 불법 시위를 벌여온 민주노총 소속 화물 차주 등 시위대에 대한 강제 해산에 나섰다. 진압 과정에서 공장 앞 다리 위에서 농성하던 시위대 중 5명이 강물로 뛰어드는 일도 있었다. 다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구급대에 의해 곧장 구조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4일 강원 홍천군 북방면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앞에서 맥주 출하차량 저지 집회를 벌이다 다리 난간에 매달린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뉴스1

민주노총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지부 소속 화물 차주 등 200여 명은 지난 2일 오후부터 강원 공장을 오가는 유일한 진출입로인 공장 앞 ‘하이트교’를 점거하고 물류 차량의 출입을 막거나 방해했다. 이 같은 불법 시위 사흘째이던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경찰은 12개 중대 1000여 명의 경찰을 투입해 다리 위를 점거하고 있던 조합원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일부 조합원은 스크럼을 짜며 강하게 저항했지만 심각한 수준의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약 1시간 동안 시위대를 해산해 막혀 있던 2개 차로 중 하나를 확보했다. 이걸 계기로 이날 낮 12시부터 차량이 드나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오후 4시 30분쯤 공장에서 다리를 통해 외부로 나오는 길을 비롯한 몇몇 길목이 시위대로 인해 다시 막히는 등 다리 위 강제 해산 이후에도 곳곳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대치가 이어졌다. 다만 배송은 오후 4시에 종료된 상황이어서 추가 피해가 생기지는 않았다.

경찰이 통행로를 점거하는 등 노조의 불법 시위를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 해산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경찰의 달라진 기류를 보여준다”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경찰은 51일간 이어진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불법 파업 때도 공권력 투입을 유력하게 검토했었다. 이번에도 소비자와 기업의 피해가 불어나자, 신속하게 진압 경찰을 투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는 노조가 도심 등에서 불법 집회를 벌여도 경찰이 해산에 나서는 등 적극 대응하는 일이 드물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하이트진로 강원 공장 앞 하이트교로 경찰 버스 20여 대가 다가서자 이 일대에 긴장감이 흘렀다. 당시 화물연대 등은 다리 위 왕복 2차로 중 하나를 불법 주차한 트럭 20여 대로 막고, 나머지 한 차로는 노조원 등이 점거한 상태였다.

경찰 호위 받으며 맥주 출고 -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앞에서 사흘째 민주노총의 시위가 계속 되는 가운데 4일 주류를 실은 운반 트럭이 공장 입구를 빠져나가고 있다. 경찰은 이날 강원공장을 오가는 유일한 진출입로를 점거하고 있던 민노총 화물 차주 등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연합뉴스

조합원 네댓 명은 다리 난간에서 자신의 몸을 밧줄로 묶은 뒤 매달린 채 금방이라도 뛰어내릴 듯 위협 시위를 벌였다. 다리 아래 강가에는 119 구급대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트 7척을 띄워놓고 대기했다. 버스에서 내린 경찰들이 대열을 갖춰 시위대를 향하자 고성이 오가면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오전 10시 56분쯤에는 하루 전부터 다리 난간에 매달린 채 “뛰어내리겠다”며 위협하던 조합원 5명이 경찰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12m 아래 홍천강으로 뛰어드는 일이 벌어졌다. 강가에서 대기하고 있던 119 구급대원이 보트를 이용해 5명 전원을 7분 만에 구조했다.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이 중 2명은 탈수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하며 끝까지 버틴 조합원 중 2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 중 1명과 다른 조합원 2명 등 총 3명이 다쳤다고 해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시간쯤 해산 작전에 나서 1개 차로를 확보했다. 그 결과 이날 정오쯤부터 맥주를 실은 물류 차량이 통행을 재개하며 상자 약 9만개가 외부로 배송됐다. 평소 하루 출고 물량은 상자 약 12만개다. 하지만 배송이 종료된 오후 4시 이후 밤늦게까지 곳곳에서 노조원들과 경찰의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다. 오후 4시 30분쯤에는 하이트교 밖 교차로에 있던 노조원 300여 명이 다리 방향으로 다시 행진을 시도해 이를 막아서는 경찰 1000여 명과 맞서기도 했다.

경찰은 아예 공장과 외부를 잇는 도로를 차벽 등으로 막은 뒤 시위대 차량이 추가로 진입하지 않도록 감시하기도 했다. 공장으로 향하는 차량이 나타날 경우 일일이 잡아 세워 방문 사유 등을 일일이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리 위 점거 농성을 푼 만큼, 추가로 차량 통행이 막히지 않도록 조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전면 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지부는 64일째 장소를 바꿔가며 시위 중이다. 이들은 운송료가 낮아 과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운송료 30% 인상과 공병 운임 인상, 공회전 비용 지급, 월 50만원의 광고비와 세차비·대기 비용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2~23일에는 이천 공장과 청주 공장을 봉쇄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공권력은 화물노동자 강제 해산 절차에 돌입해 사태를 키웠다”면서 “하이트진로의 사설경비대로 전락한 공권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이 일대에서 계속 농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 측은 지난 6월부터 이천·청주 공장에 더해 강원 공장까지 이어진 시위로 하이트진로가 입은 직접적인 피해는 60억원 수준이라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운송 물량 지연 등으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까지 합하면 피해 금액이 최대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우선 과격 시위를 이끌어 온 화물연대 간부들과 화물차주 25명에 대해 27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