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10시 25분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대방마트 앞에는 장을 보려고 모인 6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이곳은 군(軍)이 운영하는 ‘군 영외 마트’다. 이 마트는 오전 10시 30분 문을 여는데, 장대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영업 시작 전부터 사람들은 주차장까지 줄을 늘어섰다. 모두 장바구니를 들거나 쇼핑 카트를 붙잡고 있었다.

군 영외 마트는 군인 복지 차원에서 일반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판다. 가격 할인율이 높은 업체들이 우선적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해 단가를 낮췄다. 현역 군인뿐 아니라 군인의 배우자·조부모·부모·장인·장모까지 이용할 수 있어, 최근 닥친 고물가 탓에 멀리서부터 이곳을 찾아오는 군인 가족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우유나 라면, 휴지 등 주요 생필품은 마트가 문을 연 직후 동이 나는 경우가 많아, 전국 곳곳의 군 마트에서 ‘오픈런(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오전 10시 10분쯤 이곳에 왔다는 김모(57)씨는 “일찍 오지 않으면 인기 품목인 우유가 금방 떨어져 버린다”며 “조금 기다리더라도 일반 마트보다는 훨씬 물건들이 저렴하니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선다”고 했다.

지난 2일 오후 3시쯤 이 마트 앞에서 만난 손모(66)씨는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다른 데서는 장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데, 군 마트는 여전히 저렴해 시간이 걸려도 꼭 여기로 온다”며 “군인 사위 덕에 한가득 장을 봐도 10만원 넘게 내는 일이 드물어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방마트의 경우 서울에 있는 군 영외 마트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인근에 공군호텔과 관사 아파트 등이 있어 원래도 이용객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물가가 계속해서 높아지자 물건 값이 싼 군 마트를 찾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이 마트를 찾는다는 박모(45)씨는 “전에는 영업 시간이 짧은 토요일에도 많아야 20명 정도가 줄을 섰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평일에도 아침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화장품 같은 인기 품목은 오후에는 사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군 마트를 이용해 본 군인 가족들은 생필품 대부분이 일반 마트보다 저렴하다고 입을 모았다. 예컨대 대형 마트에서 2600원 안팎인 흰 우유(1L)는 군 마트에서 1800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대표적 인기 품목이라고 한다. 욕실 세제(750mL)는 대형 마트에서 사면 4500원인데, 군 마트에선 1800원으로, 60%나 싸게 살 수 있다. 군인 남편을 뒀다는 이모(42)씨는 “군 마트에서 한번 장을 보면 다른 마트 물건이 너무 비싸 보여 쇼핑을 할 수가 없다”며 “최근엔 이용객이 많아진 탓인지, 물건이 다 나가 빈 매대가 많아졌다”고 했다.

이렇게 군 마트를 찾는 군인 가족이 늘어나자, 정작 군인들이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없어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인근 관사 아파트에 사는 공군 간부 A씨는 퇴근 이후 마트에 들러도 물건이 없어 장을 못 보고 귀가한 적이 적지 않다고 한다. A씨는 “복지 대상에 군인 가족이 포함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작 군인이 혜택을 못 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며 “마트를 이용할 수 있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부모 정도로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