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나른한 오후에 서울 마포구 대학가 근처 한 카페를 찾았다. 실내에서는 향긋한 세제 냄새가 났다. 여느 카페처럼 의자와 탁자가 놓여있지만 한쪽에는 세탁기와 건조기 등 세탁 공간이 마련돼 있다. 요즘 대학가를 비롯,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이른바 ‘세탁 카페’다. ‘셀프 빨래방’과 카페를 합친 형태다.

카페처럼 내부를 꾸민 '세탁카페'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본지가 직접 조사해보니 ‘세탁 카페’는 서울에만 30여 곳에 달했다. 2017년부터 경기 성남에서 세탁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태균(27)씨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게 매출이 늘었다고 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며 집에만 있기 답답했던 사람들이 카페를 찾았기 때문이다.

세탁을 목적으로 카페를 찾는 손님도 있지만, 세탁 카페 특유 분위기가 좋아 이곳을 찾는 손님도 많다. 대학생 임소영(23)씨는 “동네 빨래방 특유의 상쾌한 느낌이 좋다”며 “머리가 복잡할 때도 이곳을 찾아 커피를 한 잔 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말했다.

단순히 카페와 빨래방 기능을 넘어 지역 사회에서 일종의 ‘커뮤니티’로 기능하는 세탁 카페도 많다. 이현덕(36)씨는 2016년부터 서울 용산구와 마포구에서 세탁 카페를 운영해 왔다. 작년 6월에는 강서구에 가게를 하나 더 차렸다.

특히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이씨 가게는 각종 전시회와 영화 상영회 등 문화 행사를 적극적으로 열어 소문을 탔다. 최근에는 카페에 모인 사람들과 특정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좌담회도 진행하고 있다.

이씨는 “고향을 떠나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니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며 “삭막한 도시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네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탁카페에서 모임을 갖는 사람들

‘세탁 카페’가 인기를 끈 데는 1인 가구 급증세와 연관이 있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716만6000가구로 1년 전보다 52만2000가구(7.9%) 증가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4%까지 상승했다. 세 집 걸러 한 집이 1인 가구인 셈이다. 이런 1인 가구 시대엔 세탁을 외부에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탁 카페’는 이같은 변하는 거주 환경을 적절히 활용한 셈이다.

세탁소 설계·시공업체들도 이런 ‘세탁 카페’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코리아런드리는 2020년 처음 세탁 카페 사업에 뛰어들어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경기 용인에 3개 지점을 열었다. 2011년부터 주로 셀프세탁소, 셀프빨래방 창업을 지원했던 에스아이투비는 전국에 100여 곳 지점을 갖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같은 ‘세탁 카페’ 10여곳을 개점했다. 2018년 마포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는 작년 말 서울 동작구에 가게를 차렸다.

에스아이투비 김남용 영업총괄부장은 “1인 주거 형태가 늘어나며 세탁기가 없는 집이 늘어나고 있고 건조기까지 있는 집은 더 없다”며 “세탁하는 시간에 다양한 부가 활동을 원하는 젊은이들 많다”고 ‘세탁 카페’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