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보이스피싱범이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보낸 가짜 수사협조의뢰 문서 파일. /경찰청

최근 40대 의사가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아 한 달 새 41억원의 피해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보이스피싱 단일 사건 기준 역대 최대 피해액입니다. 다들 ‘나는 안 당하겠지’ 생각하지만 보이스피싱 일당의 수법 또한 진화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모인 추석 연휴, 함께 보면 좋은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소개합니다.

◇요즘 전화 금융사기의 방법이 진화했다면서요?

기가 찰 정도로 날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고 전화 금융사기로부터 피 같은 재산을 지키시기 바랍니다. 피해자의 의심을 두려움으로 변화시키고, 그 두려움을 행동으로 끌어내는 수법을 부리는데요. 수법을 알아야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이제 그 수법을 알려 드립니다.

◇어떤 수법을 사용하나요?

처음 전화가 오는 방식은 기존 수법과 똑같습니다. “어느 검찰청 누구 검사입니다”라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검사 이름이 실제 해당 검찰청에 있습니다.

사칭 검사는 카카오톡 등으로 해당 검찰청 공문(PDF 파일)과 관계 서류(‘스마트 진술서’ 등의 이름으로 된 zip 파일)를 보냅니다. 사칭 검사는 문서를 하나하나 살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건과 관련이 없으면 보낸 스마트 진술서에 “사건과 관련된 사실이 없다고 적어 보내면 된다”라고 하죠. 사칭 검사의 프로필 사진 역시 해당 검찰청 건물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기존 보이스피싱 수법과 다르지 않아 의심을 거두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여기까진 의심이 지속됩니다. 사칭 검사는 “제 말이 의심스러우면 전화를 끊고 관련 금융기관 혹은 국가 기관에 전화를 해보라”고 합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검찰청, 금융감독원, 해당 은행 등에 전화합니다. 하지만 이미 휴대전화는 ‘전화번호 가로채기’가 가능한 상태로, 발신한 전화는 모두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받습니다. 피해자는 ‘진짜 범죄 사건에 휘말렸다’는 생각에 공포의 도가니에 빠집니다.

그럼 언제,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요? 바로 관련 서류를 내려받아서 그렇습니다. 스마트 진술서(zip 파일)에 숨어있는 악성 앱이 깔려 소위 말하는 ‘강수강발’(강제수신, 강제발신)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러면 피해자도 당황하겠는데요?

피해자의 감정이 의심에서 두려움으로 변한 상황에서 ‘재산을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결정적인 장면이 등장합니다. 피해자가 확인을 위해 연락하면 가짜 금융감독원은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습니다. 그리고, 약 10분 후에 피해자 휴대전화에 ‘진짜 금융감독원 대표번호’로 전화가 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의심이 두려움으로, 두려움이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일이라 이 수법을 모르고 있으면 당할 수 있습니다.

치밀한 수법에 저도 두렵습니다. 피해자가 덜컥 믿어버린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기관에서 같은 내용을 확인해주면 재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상상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합니다.

◇그럼에도 진화한 전화 금융사기 조직으로부터 내 재산을 지킬 방법이 있을까요?

첫째, 검찰청이 되었든, 금융감독원이 되었든 간에, 처음 보는 사람이 보내준 파일은 절대, 절대 열어 보시면 안 됩니다.

둘째, 첨부파일을 눌렀다면, 이제는 나의 휴대폰이 아니라고 생각하시고, 확인 전화는 유선 전화 혹은 다른 가족의 휴대폰으로 확인하셔야 합니다. 이때 가족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전화 금융사기 조직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피해자 수중에 있는 돈을 뺏는 것입니다. 돈을 찾아 전달하거나, 계좌이체를 하시면 안 됩니다. 수사기관은 계좌이체 혹은 인출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절대 없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