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한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주차된 차량 밑으로 들어가 브레이크를 절단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연합뉴스

수년간 내연 관계에 있던 여성의 남편 차량 밑으로 들어가 브레이크를 파손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 차주는 내연남이 자신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살인 미수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엄벌을 요구했다.

12일 연합뉴스와 A씨 등에 따르면 지난 4월17일 오전 2시쯤 경북 포항 장기면의 한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A씨 차량 밑으로 누군가 기어 들어가 5분가량 머물다 나오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A씨는 당시 지인들과 모임을 갖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CCTV를 감시하던 주차장 관리자는 A씨에게 차를 가지고 귀가하면 위험할 것 같다고 말해줬다. A씨가 CCTV를 확인해보니 영상 속 남성은 주차장으로 진입한 후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신속하게 A씨의 차 밑으로 들어갔다. 이후 차 밑에서 빠르게 빠져나와 사라졌다.

A씨 차량 브레이크 오일선이 절단된 모습./연합뉴스

그날 아침 차량을 확인해본 A씨는 브레이크 오일선이 절단된 것을 발견했다. 차량 밑에는 오일이 흘러나와 고여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은 더 충격이었다. CCTV에 찍힌 남성이 A씨의 아내와 3년간 내연 관계에 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남성은 사건 당일 A씨를 몰래 따라와 휴대용 커터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내연남이 자신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경찰도 살인 미수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내연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그의 휴대전화 포렌식은 물론 통화 내역, 문자 발송, 보험 가입, 동선, 평소 행실 등을 살폈으나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달 초까지 4개월간의 조사를 마치고 내연남을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살인 고의성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가 없는 데다 차량 사고나 기타 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다른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조선닷컴에 “A씨 아내와 공모를 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여러 정황을 종합한 결과 내연남이 사건 당일 단독으로 우발적인 범행을 벌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당시로선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특수재물손괴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내연남에 대한 재판은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지만 A씨는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A씨는 연합뉴스에 “내연남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된 것도 억울한데 나를 죽이려 한 그가 살인미수가 아닌 특수재물손괴죄만 적용받는다는 사실은 더 충격”이라며 “변호사 말로는 그가 초범이고 살인도 미수에 그쳤기 때문에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고 했다.

앞서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 같은 사연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그 이후로도 매일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불안하게 지내고 있다. 몸이 떨려 아직까지 일도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끔찍한 일을 벌이고도 뻔뻔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에 치가 떨린다. 내연남이 얼마나 끔찍하고 나쁜짓을 벌인 건지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최대 형량을 받길 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