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16일 법무부 인스타그램에는 ‘스토킹 범죄 엄정대응 지시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스토킹처벌법 개정 추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엄정대응을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한 장관은 “최근 지하철 신당역에서 스토킹 범죄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가해자가 피해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검찰에서는 스토킹 사건 발생 초기부터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요소를 철저히 수사하고, 가해자에 대해 접근 금지, 구금 장소 유치 등 신속한 잠정 조치와 구속영장을 적극적으로 청구하는 등 스토킹 범죄에 엄정히 대응함으로써 스토킹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가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한 장관은 전날 퇴근길에 비공식적으로 스토킹 살인이 벌어진 신당역에 들러 현장을 둘러봤고, “국가가 지켜주지 못했다”는 말을 남겼다.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때에는 처벌할 수 없는 ‘반(反)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다. 법무부는 “과거(2021년) 반의사불벌죄 폐지 법률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나, 앞으로는 정부 입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인스타그램

스토킹처벌법 정부 제정안은 2020년 12월 30일 국회에 제출됐다.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18조 3항이다. 이를 놓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가족·친지의 걱정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조항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3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에서 관련 조항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점이다.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은 국회 소위원회 회의에서 “(스토킹처벌법은) 본인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접근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회 일반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에 기초해서도 처벌이 이루어져야 된다라는 일관성 때문에 반의사불벌죄로 했다”고 했다.

송민헌 당시 경찰청 차장도 “처벌불원서를 써주면서 ‘다시는 나한테 오지 마라’ 해서 사적으로 해결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부분이 스토킹 범죄의 특성에 맞지 않는가”라고 했다.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제정법을 만들 때는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제한적으로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일단은 반의사불벌죄로 하고 이후에 사회적 논란이 제기된다면 그때 개정 논의를 하는 게 맞지 않겠나 싶다”고 했고, 백혜련 법사위 소위원장은 “그러면 반의사불벌죄로 일단 정부안대로 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이후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포함된 상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해 4월 20일 공포됐다.

반의사불벌죄 폐지 관련 논의는 지난해 12월에도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이뤄졌다. 이 회의에서 구자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은 “제정 당시에도 국회에서 고민 끝에 결정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해자의 의사가 다른 사건과는 특별히 존중될 필요가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을 내려주셨으면 하는 의견”이라고 했다.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사실상 반대한 것이다.

반면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은 “반의사불벌죄로 해놓으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자꾸 압력을 넣는 수단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며 “저희(법원)는 삭제가 맞다는 의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