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적 희생자인 그레이스 래치드(23)의 친구 네이선 타베르니티(24)가 소셜미디어 영상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밝히며 눈물을 짓고 있다. /틱톡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155명 중에는 14개국 외국인 희생자 26명도 포함됐다. 이중 호주 국적 희생자인 그레이스 래치드(23)의 친구라고 밝힌 네이선 타베르니티(24)는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3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타베르니티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사건은) 술에 취한 사람들 때문에 야기된 사건이 아니다. 폭주하는 일은 없었다. 천천히 고통스럽게 일어났다”며 “사고예방과 경찰력, 응급 서비스가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과 호주 언론 WA투데이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에서 타베르니티를 만나기 위해 한국에 온 래치드는 사고 당일(29일) 타베르니티와 또 다른 친구 1명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다른 친구 1명도 현재 중태로 알려졌다.

타베르니티 일행은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 서있었다. 그러다 인파의 압박이 점점 조여오기 시작했고, 숨을 쉬기 어려워졌다. 사람들 틈에 껴 넘어지지도 않았고 좁은 공간에 갇혀 선 채로 숨이 막혔다고 한다.

타베르니티는 영상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숨 막히는 혼돈 속에서 친구 한 명이 숨을 쉴 수 없다며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친구를 구하고 싶었지만 구하지 못했다”며 “친구가 정신을 잃을 때 그녀의 손을 꽉 잡았지만 맥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친구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죽어가는 동안 촬영하고 노래하고 웃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며 “경찰이 충분하지 않아 군중을 멈추게 할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세요. 사람들이 죽어가요’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고 했다.

타베르니티는 경찰이 올 때까지 30분가량 기다렸고, 래치드가 인근에 있던 일반인에게 심폐소생술(CPR)을 받기까지 1시간의 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CPR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의료진이 아니어도 누구든지 바닥에 누운 사람들에게 CPR을 하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지난달(30일) 네이선 타베르니티(24)가 이태원 참사로 숨진 호주 국적 친구의 시신을 찾기 위해 실종신고센터를 방문했다./로이터 연합뉴스

사고 다음날 타베르니티는 숨진 친구의 행방을 찾기 위해 실종신고센터를 찾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외신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타베르니티는 “친구 곁에 있고 싶었지만 경찰이 저지했다. 숨진 친구가 들것에 실려 가는 것을 봤지만 이후부터는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며 “조금 전 친구의 시신이 있는 곳을 확인하고 동영상을 찍는다”고 말했다.

호주 현지 매체는 래치드의 가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영화제작사에서 일하던 ‘밝은 미소의 천사’같은 사람이었다고 전했고, 래치드가 일했던 호주 일렉트릭라임 필름 관계자는 “그녀는 매우 친절하고 열정적이었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라며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