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 BJ 배지터가 시민들과 함께 사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 올리고 있다./유튜브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아프리카TV BJ 배지터가 여러 명의 시민들을 구조한 모습이 생방송을 통해 전해진 가운데, 구조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친 남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해당 남성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 털기까지 시작되자 배지터는 “그 사람도 그전까지 계속 도와줬다”고 말했다.

배지터는 1일 아프리카TV 생방송을 통해 해당 남성에 대해 묻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다 같이 거기(참사 현장)에서 빠져나온 건데 신상 털지 말아 달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배지터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해밀톤호텔 외부계단 난간 위로 사람들을 끌어 올리는 구조작업을 벌여 약 5~6명의 시민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습은 배지터 생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는데, 이때 한 남성이 배지터에게 “그만 올리라고”라고 호통치는 모습이 담겼다. 구조된 인원으로 공간이 부족해지자 언성을 높인 것이다. 배지터는 이 남성에게 “한명만 더, 한명만 더”라고 말하며 부탁하고 사람들 구조를 이어갔다.

지난 29일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아프리카TV BJ 배지터가 주변 사람들에게 "한명만 더(구하겠다)"라고 말하고 있다./유튜브

배지터는 해당 남성을 언급하며 ‘난간 공간 여부’를 묻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공간이 있었냐고?”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 사람도 이해된다. 자기 사람 지켜야 되니까”라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호텔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그 당시엔 왜 호텔 안으로 못들어가는지 이해가 안됐다”면서도 “그런데 그때 사람들이 다 껴서 공중에 떠 있었다. 갈 수가 없었다. (몸을) 빼서 이동해야 됐다”고 말했다.

자신을 구조해준 시민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배지터 역시 인파 틈에 끼어 압사 위기에 처해있다가 난간 위로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배지터가 난간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지탱해준 청자켓을 입은 남성의 모습이 영상에 비춰져 온라인상에 ‘청자켓 의인’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배지터는 “옆에 사람은 숨 못 쉬고 있고, (나도) 공간 확보도 안되고 피도 안통했다”며 “위를 봤는데 (난간이) 너무 높았다. 그런데 살아야겠단 생각으로 올라갔다”고 떠올렸다. 이어 “옆에 남자를 밟으라고 해서 밟고 위에서 당겨줘서 올라갔다. 혼자 올라가면 절대 못 올라간다”며 난간 아래서 자신을 지탱해준 청자켓 차림 남성과 위에서 자신을 잡아 당겨준 외국인 남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후 청자켓 차림 남성 역시 난간 위로 올라갔고, 위에서도 시민들 구조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사람들을 구조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난간 밖으로 몸을 거의 다 빼야 골목에 있는 사람들의 손이 겨우 닿는 상황이었다. 배지터는 “손도 겨우 잡는데 사람들이 (인파) 속에 끼어있어서 안 올려졌다. 3~4명이 붙어서 겨우 잡고 올렸다”며 “‘하나둘셋’ 구령하면서 올렸다”고 했다.

구조 과정에선 골목 반대편 술집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구해줘야 할 사람들을 알려줬단 것이다. 또 술집에서 생수를 건네받아 사람들에게 수분 공급을 해줄 수 있었다고 한다. 배지터는 “술집에서 물을 던져주면 우리쪽에서 받아서 아래쪽 사람들에게 뿌려줬다. 살게 하려고”라며 “앞에서 소방관들은 산소를 뿌려줬고 양쪽에선 물을 뿌려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