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유실물센터는 이날 밤부터 오는 11월 6일까지 운영된다. /뉴스1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위험에 빠진 이들을 도운 시민 의인(義人)이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단국대학교 체육학과에 다니는 A씨는 참사 현장의 인근 가게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했다. 그는 건물 안으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시민 여러 명을 구조했다.

A씨는 지난달 31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빼내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양옆에서 사람들이 좁혀와 밑에 있던 분들은 어떻게 해도 뺄 수가 없었다. 일단 제 눈에 보이는 대로 최대한 빼냈다”고 말했다.

구한 이들 중에는 어린아이도 있었다. A씨는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라도 가게 안으로 넣어달라’고 하셔서 제가 그 아이의 겨드랑이를 잡고, 제 뒤에서는 외국인분들이 제 허리를 잡았다. (힘을 합쳐) 있는 힘껏 빼냈다”며 “아이의 팔다리를 계속 주무르면서 어떻게든 말을 걸어줬다”고 했다.

심폐소생술을 한 이들은 너무 많아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CPR을 하는데 입과 코에서 계속 피가 나와서 보고 있기 좀 힘들었지만, 30분이고 1시간이고 계속했다”며 “나중에는 빼낸 사람들이 계속 몰려 들어와서 CPR을 계속했다. 지금은 그분들의 얼굴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했지만 A씨는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에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A씨는 “그날 저는 집에 가서 어머니, 아버지 손을 붙잡고 계속 울었다”며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이어 “화장실도 혼자 가면 무서웠고, 눈을 감거나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살려달라’는 분들의 눈이 보이고, 제 발목을 붙잡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서 힘들다”고 했다.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는 불안, 공포, 공황, 우울, 무력감, 분노, 해리 증상(신체와 분리된 느낌)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이런 증상들은 재난을 겪은 후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고 저절로 회복될 수 있지만, 고통이 심하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