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평균 1100만명이 생활하는 서울의 주요 번화가 곳곳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벌어진 곳과 비슷한 좁은 골목이 있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절한 인파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말연시나 대규모 공연, 국제 행사 등으로 인파가 몰릴 때 인명 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 지점들이 서울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마포구 서교동의 홍대클럽거리 주위 골목은 대표적인 취약 장소로 꼽힌다. 와우산로17길 골목은 폭이 최대 5m 정도, 전체 길이는 360m 정도에 불과하지만 홍대 유흥가를 찾은 인파 대다수가 몰린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12월 24일) 오후 6시 기준 이 골목들을 포함한 서교동 일대 1.65㎢에 약 10만1000명이 있었다.

이태원에서 참사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밤에도 이 골목에는 인파가 몰렸다. 이날 오후 11시쯤 일대를 방문했다는 박모(30)씨는 “좁은 인도는 사람으로 가득 차 아예 다니지 못했고, 인파에 밀려 차도로 내려서야 했다”며 “이태원과 비슷하게 경사지고 폭이 좁아 인파가 몰리는 골목이 많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타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이번 핼러윈에는 평소 주말의 1.5배 정도 사람만 있었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주말 저녁마다 골목에 인파가 몰려 사람들이 똑바로 걷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 휩쓸려 다닐 정도였다”며 “예전처럼 사람이 늘어나면 이태원처럼 위험한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강남역 10·11번 출구 근처에 형성된 먹자 골목도 폭이 좁고 경사진 곳이 많아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고깃집이 밀집한 서초대로75길의 거리 폭은 5m 정도이고, 이마저도 음식점들이 길가에 펼쳐 놓은 탁자들로 인해 3m가량으로 좁아져 있다. 이태원 사고 지점의 폭은 3.2m였다. 이 골목들을 포함한 강남구 역삼1동(2.65㎢)과 서초구 서초3동(3.38㎢)에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17만6000명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번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일반 시민들은 물론 정부와 언론, 안전 전문가들까지 모두 인파가 몰려서 벌어지는 압사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2005년 경북 상주 MBC 공연장 압사 사고 이후 압사 방지 매뉴얼이 여러 건 만들어졌으나, 모두 공연장·경기장 등 주최 측이 있고 닫힌 장소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국내 한 안전 전문가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참사는 사실상 예측 불가능했고, 개인적으로도 이런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이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구 밀집 지역이라는 점도 압사 사고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한 한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도 시민들도 과밀 환경에 익숙해 위험에 둔감해져 있다는 것이다. 줄리엣 케이엠 전 미국 국토안보부 차관보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서울 사람들은 붐비는 공간에 익숙해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했다. 채진 목원대 교수는 “그간 인구 과밀이 재난으로 증폭된 사례가 별로 없었다 보니 위험성을 간과해온 측면이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압사 사고 예방을 위한 세세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