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사이트에 대리구매 판매글들이 올라와 있다 /중고 거래 사이트 캡처

서울 송파구에 살고 있는 유모(28)씨는 작년 5월부터 소셜미디어(SNS)로 영화표를 대리구매 해주는 부업을 시작했다. 통신사 VIP 고객인 유씨에게는 각종 혜택들이 주어지는데, 그 중 하나인 공짜 영화 티켓을 안 써서 날려 버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1만4000~1만5000원 하는 영화 티켓을 40% 싼 8000~9000원에 팔아 차익을 남기고 있다. 그렇게 그가 7개월 동안 할인 판매한 영화표만 150개로 120만원가량을 벌었다.

유씨는 “큰돈이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소소한 용돈 벌이 정도는 되는 것 같아 통신사 공짜 영화 티켓을 대리구매 판매 중”이라며 “영화 티켓을 찾는 이들이 많다 보니 작정하면 지금보다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작년 10월 영화 ‘공조2′를 대리구매된 표를 통해 봤다는 신유진(24)씨는 “정가의 절반 가격만 내면 되니 훨씬 이득이라는 생각에 영화는 최근까지 대리구매해서 봤다”고 했다.

계속된 고금리·고물가에 지갑이 얇아지면서 영화표, 책, 문제집 등을 대리구매 해주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중고 거래 사이트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을 보면 “대신 구매해 드립니다” 등의 글들이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다.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 “대리해드립니다^^”를 검색해보니, 영화표부터 콘서트 티켓·도서·배달 등을 대신 구매해 주겠다는 글이 940여건 올라와 있다.

대리구매 판매글 대부분이 상품을 정가보다 조금 더 싸게 팔고 있어 구매자들한테 인기도 높은 상황이다. 이는 대리구매 하는 사람이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각종 쿠폰들을 사용해 물건을 대리구매 하면서, 정가보다 싸게 팔아도 손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구매자들은 원하는 상품을 싸게 사고, 대리구매 판매자는 구매 포인트나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영화 티켓 외에도 일반 도서·음반·문제집 등을 대리구매해주겠다는 이들도 많다. 대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학교 커뮤니티에는 비싼 전공책을 싸게 대리구매해주겠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 글들에선 문제집이나 책을 정가보다 10~15% 싸게 대리구매해주겠다고 적혀 있다.

이 역시 도서, 음반 할인권을 가진 이들이 할인권으로 대리구매해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엄모(25)씨는 최근 공인중개사 자격증 문제집과 대한상공회의소 한자시험 문제집 등을 대리구매 통해서 샀다. 대리구매 통해 산 책값만 30만원어치 되는데, 제값 주고 샀으면 약 5만원을 더 써야 하기 때문에 대리구매에 만족 중이라고 했다.

그는 2021년 6월쯤부터 도서 대리구매 방법을 알게 돼 최근 한 달 전까지 문제집 2권을 대리구매했다. 엄씨는 “안 그래도 취준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책값을 대리구매로 훨씬 사게 살 수 있으니 대리구매해주는 사람도, 이걸로 물건을 사는 사람도 모두 이득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