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생일인 2020년 7월 15일 피해자가 의자에 양다리와 손발이 묶인 채 앉아 있다. 가해자는 그 주변에 휘발유를 뿌리고 있다. /SBS

한 20대 청년이 자신의 생일에 또래 지인들에게 끌려가 ‘생일 이벤트’라는 이유로 전신을 결박당한 채 몸에 불이 붙여져 심한 화상을 입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6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등에 따르면 피해자 박모(25)씨는 2020년 7월 15일 자신의 생일이던 이날 어머니가 운영하던 노래방에서 일을 돕고 있었다. 그때 사회에서 만난 또래 청년들 3명이 박씨를 찾아왔다.

이들은 박씨를 불러낸 다음 머리에 두건을 씌워 눈을 가렸고, 양팔에 팔짱을 낀 채로 승용차 뒷좌석에 태웠다. 그들이 박씨를 데려간 곳은 인적이 드문 뚝방 길이었다.

이들은 박씨의 양팔과 발목을 의자에 묶었고, 그 주위에 하트 모양으로 휘발유를 뿌렸다. 이후 박씨 정면 쪽에 폭죽을 놓고 불을 붙이자 불꽃은 휘발유로 옮겨붙었고, 박씨에게도 불꽃이 향했다. 결국 박씨는 전신의 40%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이 모든 ‘생일 이벤트’ 장면은 가해자 일행이 촬영 중이었다.

폭죽의 불꽃이 옮겨붙어 전신의 40%에 3도 화상을 입은 피해자의 모습. /SBS

그러나 가해자들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극심한 공포를 겪었던 사고의 기억으로 인한 트라우마, 화상 치료의 고통, 치료 후에도 남게 될 후유증과 향후 수차례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부 재건수술 등으로 인해 피해자 본인이 겪고 있는 신체적·정신적 고통 및 그 보호자가 감당해야 할 아픔과 경제적 부담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모두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였으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5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엄벌을 원했지만 감당하지 못할 치료비에 합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검사 말이 어차피 내가 합의를 해도 집행유예, 안 해도 집행유예라고 했다”며 “그러면 치료비를 아예 못 받을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현재까지 박씨가 부담한 치료비는 합의금의 두 배가 넘는 1억여 원이라고 한다. 박씨의 어머니는 “치료비라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가해자들은 돈이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결국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해 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