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충북 괴산군은 올해 1월 1일부터 괴산군의 유일한 고등학교인 괴산고 전교생 300여 명에게 매년 1인당 100만원의 장학금을 준다.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송인헌 괴산군수가 내놓은 정책이다. 괴산고는 기숙사가 있는데 기숙사 학생들에게는 앞으로 아침 급식도 무료로 준다. 괴산군에는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고등학교가 2개 있었는데, 인구가 줄면서 한 곳이 작년 3월 폐교해 괴산고만 남았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에 초등학교는 14개, 중학교는 8개인데 고등학교는 1곳이라, 학생들이 크면서 가족들과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학생들을 계속 붙잡아 둘 정책을 더 내놓을 생각”이라고 했다.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연초부터 각양각색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작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자체장들 상당수가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인한 지역 소멸 문제 해결을 공약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 228개 지자체 중 괴산군을 포함해 절반인 113곳(49%)이 인구소멸 위험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 보니 청년들이 머물기 편한 조건을 갖추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정착하게 유도하는 별별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경남 의령군에서는 작년 10월부터 청년들이 중고차를 사면 차값과 운전면허 학원비 등을 지원해 준다. 작년 새로 취임한 오태완 의령군수가 내놓은 대책 중 하나다. 1500만원 이하 중고차를 사는 지역 청년들에게 150만원을 지원하고, 운전면허를 따려는 청년들에게 5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수도권이나 근처 대도시에 비해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청년들이 떠날까 봐 ‘이동권’을 보장하는 차원이다. 경북 청송군도 사정이 비슷하다. 올해 초부터 청송군 내부를 다니는 모든 버스를 무료로 하기로 했다. 연령은 물론, 주민인지 관광객인지도 따지지 않고 공짜다.

대구시는 올해부터 전국 최초로 시에 주민 등록을 한 모든 난임 부부에게 체외 인공수정 비용을 지원한다. 시술비의 본인부담금 90% 등을 준다.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180% 이하(2인 기준 587만원) 난임부부로 한정해, 맞벌이 부부는 혜택을 못 보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소득 기준을 없애는 대신 6개월~1년 이상 거주 조건을 두고 있다. 하지만 출산을 늘리기 위해 예산 투입을 늘린 것이다.

경남 하동군은 작년 7월부터 남해안 일대 경남 진주시, 전남 고흥군 등 8개 도시들과 ‘AI 맞썸다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래 가입자들이 유료로 성격이나 이상형과 관련한 AI(인공지능) 검사를 받은 뒤, 가장 적합한 사람을 추천해 만남을 갖게 해주는 서비스인데, 각 지자체는 미혼 남녀들이 무료로 이 서비스에 가입하게 지원하고 있다. 현재 남성 260명, 여성 42명 등 302명이 무료로 가입했다.

강원 평창군, 충북 옥천군은 각 지역을 자주 찾는 일종의 ‘명예주민’을 늘리는 정책을 내놨다.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작년 10월부터 평창과 옥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급한다. 신청만 하면 발급해 주는데, 이 주민증이 있으면 두 지역의 관광 명소 등에서 체험료 50% 할인, 관광 굿즈 증정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약 2개월 만에 지역마다 각각 약 2만명이 관광주민증을 발급받았다고 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꼭 이사를 오거나 주민등록을 하지 않아도 ‘제2의 우리 동네’ 같은 느낌으로 자주 찾아주는 분들을 많이 만들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눈에 띄기만 하는 이색 정책은 자칫 효과는 의문인데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미 각 지역에 자리 잡은 주민등록인구들을 움직이기는 어렵다”며 “지역의 특색을 살려, 지역과 관계를 맺고 지역의 경제와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인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도 “한시적인 현금성 정책만 편다면 결국 인근 지자체들끼리 주민들을 주고받는 경쟁을 하며 예산만 낭비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