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에 사는 소주희(26)씨와 소주연(24)씨 자매가 팔에 새긴 '장기기증 희망 타투'. /독자 제공

경남 진주시에 사는 정아련(38)씨는 지난해 왼쪽 아래팔에 심전도 그래프를 형상화한 그림과 자기 혈액형을 나타낸 글자 ‘B’를 타투(문신)로 새겼다. 남자 친구와 함께 사랑의장기 기증운동본부 홈페이지에서 장기 기증 희망 서약을 하고 이를 타투로 기념한 것이다. 정씨는 자신도 오랫동안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는데 남자 친구의 도움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씨는 “내가 그랬듯, 나도 누군가가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장기 기증을 신청했다”며 “뿌듯하기도 하고 장기 기증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타투를 했다”고 말했다.

20~30대 사이에서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을 타투를 새기는 방식으로 ‘인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래 타투는 불법인 데다 중·장년층 가운데에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도 많지만, 젊은 층 중에는 타투를 하나의 ‘패션’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거기다 의미 있는 타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광주광역시 남구에 사는 대학생 강민아(21)씨도 그런 사례다. 그는 지난 4일 ‘장기 기증 희망’ 타투를 하고 개인 SNS(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남겼다. 강씨는 “사람들이 이 멋진 타투를 보고 장기 기증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그 외에도 최근 몇 년 새 소방관이나 아이돌 가수 등이 장기 기증 서약을 한 후 타투를 새긴 것들이 SNS 등에서 화제가 되면서 장기 기증에 관심을 갖는 젊은 층이 부쩍 더 늘었다고 한다. 실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는 장기 기증 타투가 큰 홍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본부 관계자는 “젊은 층 관심이 커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장기 기증 희망 등록자는 대한민국 인구의 3% 남짓이라 더 많은 참여와 독려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