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지방자치단체에서 “우리 동네는 이제 40대 중후반까지 ‘청년’(靑年)으로 보겠다”며, 조례를 만들어 청년 나이 상한을 높이는 방식으로 청년 숫자를 늘리고 있다.

빠른 고령화로 기존 법률에 따른 청년이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현재 청년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청년 연령을 별도로 정해도 그 지역에서는 법적 효력이 있다.

15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으로 전국 226시·군·구(기초 지자체) 중 40대도 청년으로 규정하는 조례를 두고 있는 지역은 48곳에 달했다.

조례로 40대를 ‘청년’으로 규정한 지자체

지난 9일 전남 목포시의회는 이 지역에 사는 ‘청년’을 내년 1월부터 ‘만 18세 이상 45세 이하’로 정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원래 목포시의 청년 기준은 조례상 18세 이상 39세 이하였다. 하지만 내년부터 이 지역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정책에 40~45세도 청년으로서 혜택받을 수 있게 바꾼 것이다.

목포시의회가 이런 조례를 만든 것은 급속한 고령화 때문이다. 목포시나 전라남도 혹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예산을 투입해 각종 청년 지원 정책을 펴는데, 청년 숫자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바람에 지역에서는 수혜자가 많지 않아 고민이 큰 상황이다. 목포시 관계자는 “기존 조례에 따르면 목포시 청년은 총 4만2445명인데, 최근 10년간 6만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라며 “새 조례를 적용하면 이 숫자가 7만4306명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청년’이 3만명 넘게 새로 생기는 셈이다.

실제 본지가 행정안전부 자치법규정보시스템 등을 분석한 결과 작년 상반기 전국에서 40대 이상을 청년으로 규정하는 조례를 두고 있는 지역은 48곳이 있는데, 이 중 전남은 22시군 중 16곳(73%)이, 경북은 23시군 중 13곳(57%)이 40대도 청년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만 49세까지 청년으로 보는 곳도 경북 울진군, 전남 보성군, 전북 장수군 등 26곳이나 됐다. 반면 도시 지역인 서울·부산 등 수도권이나 주요 광역시 대부분은 청년 연령을 34세 또는 39세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에만 지자체 5곳이 조례를 제·개정해 청년의 나이 상한을 45~49세로 높였다. 인구가 4만여 명인 경남 합천군이 그중 하나다. 작년 말까지 원래 19~34세를 청년으로 정해두고 있었는데 지난 1월부터 청년 나이 상한을 45세까지로 높였다. 종전 청년 기준에 맞는 사람이 작년 9월 기준 합천군 내에 3800여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청년들의 정착을 도우려 월세를 지원하는 것 등 각종 청년 정책을 시행하려고 해도 대상자가 너무 적은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보통 청년 정책 지원 차원에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경상남도에서 예산을 내려보내는 일도 많은데, 막상 군민 가운데 청년이 적어 현실적으로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청년 기준을 바꾼 것이다.

합천군 관계자는 “읍·면의 청년 회장 중 대다수가 50대고, 30대는 찾아보기도 어렵다”며 “일반적 ‘젊은 청년’이 거의 없는 게 농촌 현실”이라고 했다. 합천군의회가 작년 12월 조례를 개정해 청년 나이 상한을 높이자, ‘청년’ 숫자가 기존 3800여명에서 지난 1월 기준 7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인구 5만여 명인 경남 고성군도 작년 12월 청년 나이 기준을 19~39세에서 18~45세로 넓혀 청년 수가 7447명에서 1만932명으로 47% 늘었다. 고성군 관계자는 “청년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에 작년에는 지원자가 아예 없어서 다시 5팀을 겨우 재모집했는데, 청년 나이 상한을 높이고 나니 올해는 1월에 19팀이나 신청해 12팀이 선정됐다”며 “다른 청년 정책도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참가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앞으로 이런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종전 청년 개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2021년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중위 연령(인구를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 나이)은 2003년 33.5세, 2013년 39.7세, 2023년 45.6세로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실질적으로 40~50대가 청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최근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올리려는 논의가 시작된 상황인데, 이뿐만 아니라 청년 연령 기준을 법적으로 조정하는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