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에 부착된 동대표 지정주차 구역 공지문. /온라인 커뮤니티

“주차금지구역. 본 주차구역은 지정된 동대표 차량 외 주차를 할 수 없음을 양지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대단지 아파트 주차장에 이와 같은 공지가 붙었다. 지난달 26일 열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동대표에게 지정 주차면을 부여하는 안건이 의결됐다는 근거도 적혀 있었다.

이 아파트에 사는 네티즌은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공지문을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이게 일반적인 동대표 권한이 맞느냐”고 물었다.

네티즌들은 “동대표 지정석은 처음 들어본다” “현직 동대표인데 저런 안건은 상상도 못 해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은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17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다들 동대표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동대표들이 모인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비 예산 의결 권한을 가진다. 관리소장 A씨는 “배관이 낡아 수리하려면 관리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관리소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해줘야 관리소가 집행할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동대표 10명 중 7명 이상이 참석해야 정족수가 채워져 회의가 열리는데, 하도 참석률이 낮아 회의는 계속 연기되고 의결도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고 했다.

지난달 5일 단지 내 주민들이 모인 신년토론회에서 “동대표 참석률이 워낙 낮으니 혜택을 주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주로 오후 7시에 열려 주차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으니 ‘지정 주차 혜택을 주자’는 아이디어도 이때 나왔다고 A씨는 전했다.

이후 1월 26일 입주자대표회의가 열렸다. A씨는 “이날도 6명 동대표 밖에 참석을 안 해 회의가 무산될 뻔했다가 나중에 한 명이 더 참석해 겨우 회의가 열렸다”고 했다. 동대표들이 지정 주차 안건을 통과시킨 건 꼭 자신들만을 위한 건 아니었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지금 동대표 임기는 6월이면 끝난다”며 “다음 동대표들이 이런 혜택이라도 있으면 많이 출마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서 안건을 의결한 게 컸다”고 했다.

A씨는 “사실 형식적으로 해놓은 거지, 저곳에 다른 입주민이 주차한다고 해서 막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신도시다 보니 직장인 분들이 많고, 다들 동대표 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 잘해보자는 취지에서 한 것이었는데, 일부 입주민이 특혜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계속 유지할지는 고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