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채용 재공고.”

지방 공공 의료원인 강원도속초의료원은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제목의 채용 공고를 올렸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1명이 사직하면서 난 공석(公席)을 메우려는 채용 공고다. 공고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자리 잡은 강원도속초의료원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를 채용하고자 아래와 같이 공고하오니 많은 응모 바랍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첫 공고는 작년 5월 올라왔는데 이달까지도 전문의를 뽑지 했다. 이 때문에 10개월 동안 같은 제목으로 공고가 18차례나 올라왔다. 이 기간 서류전형 합격자는 한 명 나왔지만, 최종합격된 전문의는 없었다. 속초의료원에는 현재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1명 재직 중인데, 곧 이곳을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가 떠나면 마취통증의학과에는 의사 없이 간호사만 남게 된다.

22일 강원도속초의료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 작년 5월부터 이런 게시글이 19건 올라왔다. /강원도속초의료원

마취통증의학과에서는 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의 수술시 마취를 담당한다. 특히 고난도 수술은 마취 전문의가 필수적이다. 내달까지 전문의를 충원하지 못하면 속초의료원은 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접수 마감을 닷새 앞둔 22일까지도 지원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에서도 전문의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원래 5명이던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가운데 3명이 올해 들어 빠졌다. 결원을 채우기 위해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난 20일까지도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응급실은 최소 5명의 전문의가 있어야 24시간 돌아가는데, 이런 사정으로 속초의료원은 이달 초부터는 응급의료센터를 주4일만 운영하고 있다.

의사 구인난은 속초의료원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의사 부족 현상이 이미 만연하다. 특히 지방 공공 병원은 평소에도 인력이 모자라 의사 한 명이 온갖 책임을 떠맡는 데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아 의사들이 근무를 꺼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나온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전국 지방의료원 35곳 가운데 정원을 충족하는 곳은 11곳에 불과하다.

의료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일수록 병원에서 환자를 받아줄 의사부터 확보하는 게 급선무인데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지금과 같은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하지 못하면 지방 의료계는 그나마 쌓아온 의료 역량도 점차 잃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