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교정이 새학기를 앞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오는 2일 개강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정모(25)씨는 방학 동안 ‘숏폼(1분 이내로 이뤄진 짧은 영상)’에 빠져 생활 패턴이 완전히 무너졌다. 밤 12시에 침대에 누워도 새벽 4~5시까지 숏폼 콘텐츠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방학 동안 오전 9시에 출근해야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늦잠 자다가 1~2시간 지각하는 일이 잦았다”며 “이제 방학이 끝나는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복학을 앞둔 송모(25)씨는 아예 숏폼 관련 앱을 스마트폰에서 지웠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 사태와 극심한 취업난 속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대학생들이 유튜브 ‘쇼츠’나 틱톡처럼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지난해 6~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내 숏폼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Z세대(1996~2007년생)는 81.2%로 집계됐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평일 75.8분, 주말에는 96.2분 동안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숏폼 콘텐츠는 하나를 시청하면 더 큰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원하는 ‘중독’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반 유튜브 영상을 볼 때보다 더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팝콘 터지듯 더 큰 자극만을 추구하는 ‘팝콘 브레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극단적으로 짧은 숏폼 콘텐츠는 일반적인 유튜브 영상을 볼 때보다 더 중독되기 쉽다”며 “더 자극적이고 재밌는 것을 찾기 위해 밤새 콘텐츠를 보다 보니 다음 날 일어나면 무기력해지고, 해야 할 것을 못 하다 보니 자존감마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다시 숏폼에 집착하는 악순환이 생기는데, 최근 숏폼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병원을 찾는 10~20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압축적인 정보가 들어간 짧은 영상을 반복해서 보면 주의력이 떨어지고, 이런 것들을 선호하게 되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영상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숏폼 중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곽 교수는 그러나 “하지만 하루에 30분만 보겠다든지 스스로 원칙을 세우고 절제를 한다면 일상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고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숏폼에 너무 빠지는 게 문제지 숏폼 자체가 무조건 유해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