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와인바예요?”
수면 내시경을 하던 한 방송인이 내시경 도중 눈을 번쩍 뜨며 일어나 한 말이다. 이 방송인이 내시경을 하는 장면은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를 통해 가감없이 공개됐다.
그는 이후로도 함께 방송하는 출연진을 애타게 찾거나, “기네스북에 오르겠다”고 말하는 등 내시경 도중 여러 헛소리를 했다. 방송을 통해 동반 검진을 받은 다른 방송인들 역시 내시경 도중 일어나 말을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들의 내시경 과정은 방송에서 유쾌한 소재로 다뤄졌다.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긴 이 방송은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일각에선 “방송에서 수면마취 상태를 희화화하는 게 불편하다”는 비판적 반응도 나왔다. 수면마취 도중 헛소리를 할까 두려워 내시경 자체를 꺼리는 현상이 빚어진다는 이유에서다.
29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시경 중 수면상태 희화화’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수면내시경 관련 콘텐츠는 그동안 여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다뤄졌지만, 지난 24일 ‘나혼자산다’가 다룬 수면 내시경편이 큰 인기를 끌면서 네티즌들 사이 화두로 떠올랐다.
네티즌들은 “나혼자산다 뿐 아니라 모든 TV프로그램에서 내시경 중 수면상태를 희화화하는 게 불편하다” “수면내시경 중에 발생하는 일도 프라이버시고 의료행위 중에 발생하는 일인데 방송에서 희화화하는 게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내시경을 받다가 헛소리를 할까봐 두렵다’는 식의 반응도 다수 나왔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 종사했다고 밝힌 한 네티즌들은 “미디어에서 수면내시경을 희화화하니까 수검자들이 이상한 요청을 적잖이 한다. 수면내시경 반응을 찍어달라거나 옥음을 켜고 검사하거나, 검사할 때 같이 들어가서 보면 안되냐고 하는 등이다. 일하는 입장에선 짜증난다”고 했고, 검진실에서 일하던 간호사라고 밝힌 또 다른 네티즌은 “헛소리할까봐 내시경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의료진은 업무에 집중하느라 수검자가 무슨 말을 하든 관심이 없다. 걱정말고 검사 받으시길”이라고 했다.
실제로도 수면 마취 상태에서 엉뚱한 말을 내뱉거나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일은 종종 있다. 내시경을 할 땐 의식은 있지만 진정돼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의 마취가 가장 적절한데, 이 상태에서 일부 사람들은 술에 취했을 때 술주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수면 마취를 위해 쓰는 수면 유도제 가운데 ‘미다졸람’을 사용할 때 발생한다. 다만 통계로 내기 어려울 정도로 드물게 나타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오은혜 한양대구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조선닷컴에 “요즘엔 미다졸람과 프로포폴이라는 다른 진정제를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엔 마취 도중 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미디어에선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극적인 상황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론 과도한 반응을 보이거나 웃긴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수면 내시경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