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보건복지부의 노인 실태 조사(복수 응답)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은 가족·지인에게 부담 주지 않는 죽음(90.6%), 신체·정신적 고통이 없는 죽음(90.5%), 임종 전후 스스로 상황을 정리하는 죽음(89.0%) 등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의 85.6%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에 반대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2월 현재 연명 치료 중단 의향서를 쓴 65세 이상은 13.1%에 그친다. ‘웰 다잉(Well dying)’이 주목받고 있지만 그 첫걸음이라는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부터 정착하지 않은 것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써도 가족들이 극렬히 반대하며 당사자 의사를 무시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고령층이 삶의 마지막을 위해 실제 준비한 것도 ‘웰 다잉’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종 순간을 위해 준비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이 ‘수의’(37.8%)였다. 묘지(24.8%), 상조회 가입(17.0%) 등 순이었다. 장례식과 직접 관련된 일부만 준비한 것이다. ‘웰 다잉’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은 2.7%에 그쳤고, 재산 분배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비율도 4.2%에 그쳤다.

생전에 원하는 임종 장소와 현실도 크게 달랐다. 서울대 고령사회연구단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임종 장소는 자택(37.7%), 병원(19.3%), 호스피스(17.4%) 순이다. 그러나 실제 자택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은 비율은 15.6%에 그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보다 고령화율이 높은 일본은 자택에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임종 직전 통증 등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치료 기관도 수요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장은 “고령층이 자기 집에서 최대한 고통 없이 마지막 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방문 간호 서비스나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