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이 섞인 음료를 마시게 한 일당 중 일부가 5일 경찰에 검거됐다. 지난달에는 서울의 한 중학생이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투약,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성인은 물론 미성년자에게도 무차별적인 마약 살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마약 음료’ 사건에 가담한 A(49)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자택 근처에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 사람은 총 4명이고 이 중 A씨는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음료를 나눠줬다고 한다. 공범인 20대 남성도 이날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CCTV에 포착된 용의자들의 모습./강남경찰서 제공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3일 오후 6시쯤 2명씩 짝을 이뤄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고등학생들에게 “최근 개발한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인데, 시음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음료수를 건네 마시게 했다. 음료수 겉면에는 유명 제약사의 상표가 붙어 있었고,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 ADHD’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음료수를 마신 학생들은 가족들에게 “어지럽다”고 했고, 학부모들이 “자녀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며 112에 신고했다. 현재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는 모두 6건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학생은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일당은 “구매 의향을 조사하는 데 필요하다”며 피해 학생의 부모 연락처를 받은 뒤 부모에게 연락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것을 신고하겠다”고 협박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인근 폐쇄 회로(CC)TV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5일 오전 A씨를 붙잡았다. 일부 피의자는 “모르는 사람이 시켜서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음료수를 건넸고,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지는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시내 재개발 지역이나 주택가에 마약을 숨긴 뒤 찾아가게 하는 수법으로 마약을 판 판매상도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부장검사)은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 들여온 마약을 국내에서 판매한 이모(36·무직)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올해 2~3월 네덜란드에서 LSD(혀에 붙이는 종이 형태 마약·환각제) 200개와 엑스터시, 대마 등을 밀수했다. 이후 텔레그램에서 마약 구매를 원하는 사람을 찾은 뒤 돈을 받고 서울 시내 곳곳에 마약을 숨겨 찾아가도록 했다. 이씨가 숨긴 장소는 집 계단과 지붕, 배전함, 에어컨 실외기, 나무 사이 등 463곳이다. 검찰은 이 중 이씨가 최근 마약류를 숨긴 137곳을 집중 수색해 48곳에 은닉된 시가 수천만원 상당 마약을 압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주거 인구가 많지 않은 재개발 예정 지역 등에도 마약을 숨겼다고 한다.

이씨는 처음에는 마약을 파는 총책에게 포섭돼 ‘드로퍼(운반책·dropper)’로 활동하다 나중에는 스스로 매수자를 찾아 판매하고 총책과 수익을 나누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책과 이씨는 온라인상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아 서로의 이름은 모른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 외에 총책으로부터 지시를 받는 다른 마약 판매자도 있는 것으로 보이며 사실상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고 했다. 검찰은 총책과 매수자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마약은 한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대검에 따르면 작년 수사 당국에 적발된 마약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8395명으로 2021년 1만6153명보다 13.9%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