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예비군 도시락이 부실하다며 올라온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닭요리가 마치 생닭을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차갑게 식은 반찬은 쓰레기를 먹는 듯 딱딱하고 맛이 없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으로 실시되지 못했던 예비군 훈련이 재개되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1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년간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예비군 훈련 관련 민원은 총 2만284건이다. 지난해 민원은 6495건으로, 전년 1928건 대비 3배 이상이 접수됐다. 이는 코로나로 2년간 중단됐던 예비군 소집 훈련이 재개되면서 급증한 것이다. 3년간 월별 평균 민원 수로는 4~5월이 34.8%를 차지하며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중에는 부실한 급식과 관련된 내용이 특히 많았다. 사례를 보면 예비군 A씨는 “점심 도시락을 신청해 받았는데 실망한 수준을 넘어 심각하고 처참했다”며 “양은 초등학생 급식 수준도 안 됐고 메뉴 구성도 부실했다. 대부분 예비군들은 절반도 먹지 않고 다 버렸다”고 했다.

예비군 B씨도 “도시락 뚜껑을 열어 식사해보니 굉장히 차가운 상태였다”며 “양념 된 닭요리는 마치 생닭을 먹는 느낌이었고, 떡도 굉장히 딱딱해 치아가 약한 사람은 손상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예비군 C씨 역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도시락 업체에서 불러 식사를 진행하는데, 7000~8000원의 반찬 질이 5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에도 못 미쳤다”며 “차갑게 식은 반찬은 쓰레기를 먹는 듯 딱딱하고 맛이 없었다”고 했다.

“전투식량과 보급 라면, 김치만 나왔다. 선택권 없이 모두가 같은 메뉴를 먹게 했다” “국, 김치, 고깃국물이 전부였다. 이렇게 점심을 먹으니 훈련받기가 너무 싫었다” 등의 민원도 있었다.

지난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실탄 사격에 앞서 영점조준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예비군 훈련장에서 제공된 도시락에 불만을 표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4일 ‘8000원짜리 예비군 도시락 어떤가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물에는 소시지, 콩나물, 잡채, 김치 등 반찬과 된장국으로 구성된 도시락 사진이 공개됐다. 이에 네티즌들은 “단백질은 없냐” “차라리 삼각김밥 2개를 먹는 게 낫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외에도 실거주지에서 먼 훈련장 및 교통비 부담과 관련한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도 많았다. “동원예비군 부대까지 자차로 216㎞, 3시간 이상 소요된다. 훈련받기 위해 교통비까지 사비로 지출하고 있다” “사정상 주민등록지는 전라북도의 외할머니댁이고, 실제 거주하는 곳은 서울이다. 예비군 훈련받는 곳을 실거주지 근처로 바꾸고 싶다” 등이다.

한부모 가정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녀를 혼자 양육한다는 한 남성은 “현재 동원훈련 지정자인데 저처럼 자녀를 혼자 키우는 남자들은 동원훈련 자체가 불가하다”며 훈련 변경을 요청했다. 또 복학하면 학생 예비군으로 자동 편성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의견,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서를 스마트폰으로 발송해달라는 민원도 줄을 이었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는 “그동안 코로나로 정상적으로 실시되지 못했던 예비군 소집훈련이 재개됨에 따라 예비군 훈련 개선요구, 훈련급식 품질불만 등으로 민원 발생이 예상된다”며 “민원예보를 발령하고 관계기관에 철저한 대응을 당부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