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만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무죄를 확정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준강간사건의정의로운판결을위한공대위 관계자들이 대법원 판결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취한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피해자 지원 단체는 이런 판결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27일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준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0년 5월 사건을 접수한 이후 약 3년 만이다.

A씨는 지난 2017년 5월 서울의 한 클럽에서 처음 만나 술을 마신 여성을 경기도의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당시 여성이 만취해 항거불능인 상태였고 A씨가 이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판단해 준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은 ‘준강간’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 또는 추행’으로 정의한다.

재판의 쟁점은 피해 여성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볼 수 있는지였다. 앞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배심원 7명 중 5명이 ‘A씨에게 죄가 없다’는 평결을 내려 무죄가 선고됐고 2심 역시 무죄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준강간의 고의가 인정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한다는 내심의 의사가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씨의 준강간 고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A 씨는 수사단계에서부터 일관되게 성관계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A 씨와 함께 클럽에 갔던 이들도 두 사람이 스킨십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여길 만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 역시 이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그러나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해 시민단체들이 연합한 ‘준강간사건의정의로운판결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선고 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가 술 취한 여성 또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에 따라 만취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처벌조차 되지 않는다고 공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반발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오늘 판결은 만취한 여성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유인, 강간하는 행위도 용인하는 판단 기준이 될 것이기에 절망스럽다”며 “또다시 술과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 가해자들의 거짓과 왜곡으로 무화(無化)되고, 동의도 항거도 할 수 없던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박탈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수사기관과 사법부를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