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보건의료원 전경. /뉴시스

4차 채용공고 끝에 뽑힌 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 내과 전문의 채용이 무산됐다. 산청군은 또다시 채용 공고를 내고 새로운 의사를 뽑기로 했다.

28일 산청군에 따르면 지난달 채용을 확정한 60대 내과 전문의가 최근 근무를 포기했다. 이 전문의는 군수와 면담까지 마쳤지만, 주변 지인 등과 상의한 후 근무를 포기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산청군은 연봉 3억6000만원을 내걸고 지난해 11월부터 내과 전문의에 대한 채용 공고를 냈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주 5일 근무 조건에 높은 연봉이지만 1~2차 공고에서 지원자는 없었다. 3차 공고에서는 3명이 지원했지만 적격자가 없어 채용되지 않았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산청의료원은 지원하면 안 되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의사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산청의료원 채용 공고 관련 글에 “의료계의 신안염전과 같은 곳”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부산에서도 차로 2시간 거리에 관사나 주택도 제공하지 않는데, 대중교통도 원활하지 않은 곳이어서 도시 생활을 해온 이들에게는 ‘오지’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2년 계약직에 ‘업무대행 의사’라는 점도 의사들이 꺼리는 이유가 됐다. 공무원이 아닌 2년 동안 업무대행을 하는 자영업자 신분이라는 의미다. 산청의료원의 모든 책임과 관리를 맡으면서도 세금은 사업자 신분으로 책정돼 실수령액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의사들의 시각이다.

또 2019년 산청의료원 원장이 행정직원들로부터 고발당해 병원을 사직한 사건도 있었다. 산부인과 전문의였던 권현옥 원장이 평소 의료봉사를 다니던 요양원 장애인들에게 직원들의 이름으로 대리처방 해준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환자들의 외래 진료 편의를 위해 간혹 평일 오전 진료 시작 시간을 당기는 등 권 원장이 너무 열심히 일하자 일이 늘어난 것에 불만을 품은 공무원 노조가 일부러 고발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지역 특성상 노인들이 많이 찾고, 내과 환자가 많아 격무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산청군은 26일 ‘산청군보건의료원 업무대행의사(내과전문의) 채용 5차 공고’를 올렸다. 응시연령 및 거주 지역에 제한은 없다. 2년 계약에 업무실적이 우수하면 1년 단위로 연장 계약이 이뤄진다. 보수는 이전과 같이 세전 연봉 3억6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