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에 살고 있는 A(18)군은 동네에서 ‘타짜’로 불렸다고 한다. 온라인 도박 ‘바카라’에서 연전연승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작년 말 동네 선배 7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A군에게 “네가 그렇게 잘한다며?”라고 묻더니, 도박 자금을 대줄 테니 돈을 따서 반반씩 나누자고 제안했다. 이후 선배들은 배달 일을 해서 A군에게 줄 도박 뒷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한 번에 50만원씩, 10여 차례에 걸쳐 총 600만원이 A군에게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이 소문과 달리 도박에서 잇따라 돈을 잃게 되자 선배들의 협박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들은 먼저 A군에게 “수익을 가져다주지는 못할망정 원금을 전부 날렸다”면서 “투자금 성격인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했다고 한다. A군의 아버지에게도 전화를 걸어 ‘인터넷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서 당신 아들이 떼먹은 우리 돈을 내놓으라’는 식으로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도 돈을 받아내지 못하자 동네 선배들은 지난 7일 A군을 차에 태워 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A군을 데리고 PC방 등에서 온라인 도박을 계속하도록 시켰다고 한다.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온라인 도박을 강요받던 A군은 사우나에서 선배들이 모두 잠든 틈을 타 몰래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A군이 도망친 사실을 알게 된 선배들은 다시 A군을 잡으러 나섰다. 이 과정에서 주동자 격인 선배 B씨는 “A군을 잡아 오면 그에게 받아내려는 돈 중 일부인 100만원을 주겠다”며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A군은 지난 22일 이 선배들에게 다시 붙잡혔다. 그 직전에 A군은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고 한다. 그날 밤 경찰이 서울 중랑구의 한 공원에서 A군을 발견했을 때 옆에는 동네 선배 2명이 A군을 둘러싸고 있었다고 한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현장에서 검거된 2명에 대해 납치와 공동협박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내가 온라인 도박에서 돈을 따주지 않았느냐”고 했고, 선배들은 “우리는 투자를 했다가 전액 손실을 봤으니 절반은 갚으라고 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을 납치·협박한 동네 선배들은 모두 10대지만 학교에는 다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피의자들을 추가 조사해 사실 관계를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