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가수 임창정(왼쪽)과 박혜경. /뉴스1, 연합뉴스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과 가수 박혜경, 임창정씨 등은 주가 조작 사실은 알지 못한 채 ‘고수익 투자’라는 권유에 목돈을 넣었다가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은 공범일까요, 피해자일까요?

◇우선, 이번 주가 폭락 사태에 있어 자주 언급되는 CFD거래는 무엇인가요?

CFD(Contract for Difference)거래는 ‘차익결재거래’라고 합니다. 현물 주식 없이 매수한 진입가격과 매도한 청산 가격의 차액만 현금을 결제하면 되는 파생계약입니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일반 주식거래에선 1000만원을 가진 사람이 10만원짜리 주식을 산다면 현금매매로 100주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CFD거래를 하면 1000만원의 현금(증거금)이 2500만원으로 둔갑합니다. 증권회사가 1500만원을 빌려주는 거죠. 투자자는 10만원짜리 주식을 250주까지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상 빚을 내 자산을 2.5배로 뻥튀기한 셈인 거죠. 투자한 주식의 가격이 올라가면 이익도 증가해 문제없지만 주가가 내려가면 손실도 투자금 이상이 될 수 있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됩니다.

◇만약 CFD거래로 산 주식 가격이 내려가면 어떻게 되나요?

일반 투자에선 1000만원을 투자한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최대 1000만원입니다. 잔고가 0원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 주식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CFD거래는 자신의 돈 1000만원으로 2500만 원짜리 거래를 했기 때문에 손실도 커집니다. 1500만원의 ‘마이너스’ 손실, 갚아야 할 빚이 생긴 겁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반대매매’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투자자가 정해진 증거금(통상 40%)을 유지하지 못하면 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매매할 수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럼 이번 주가 조작 세력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 어떻게 보시나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선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면서 ▲내부자 거래 ▲시세 조정 ▲불공정거래 ▲시장교란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먼저, 불법 시세 조정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현재 폭락한 주식들은 3년에 걸쳐 하루에 약 1% 정도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이 과정에 미리 짜고 주식을 높은 가격에 사주는 ‘통정매매’가 있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자본시장법 제176조에선 “자기가 매도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타인이 그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을 매수하기로 사전에 서로 짠 후 매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의혹을 받는 세력들은 수많은 조직 구성원에게 휴대전화를 주고 매수 단가를 조금씩 올려 주문을 해 주식 가격을 띄운 정황이 있습니다. ‘통정매매’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시세 조정행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주가가 폭락하기 전에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남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수익을 남겼다면 문제 될 게 없습니다. 하지만 3년 동안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던 주식을 하루아침에 600억 원어치를 매도한 행위, 혹은 시간 외 방식으로 456억 원어치를 매도한 행위는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자본시장법 제175조 제3항에선 “주식 등의 대량취득‧처분의 실시 또는 중지에 관한 미공개정보를 그 주식 등과 관련된 특정 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미공개정보이용 행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임매매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입니다.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주식이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투자자들에게 ‘일임매매’ 형태로 투자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일임매매란 투자자가 유가증권의 종목 선정, 종목별 수량, 매매 가격 등을 다 일임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 관련된 사람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투자한 돈이 통정매매에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면 피해자가 아닌 ‘공범’이 됩니다.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합니다. 즉, ‘내 돈을 통정매매에 반드시 사용할 것’이라는 점은 알지 못했다 할지라도 누가 “통정매매에 사용하면 어떡하지?”라고 물었을 때 “설마 그럴까?” 혹은 “뭐 그래도 할 수 없지” 정도의 의사만 있었어도 충분히 공범으로 인정됩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불법이라는 점을 알고 뛰어들었다가 쪽박을 찼다면, 그래도 당연히 불법입니다.

◇이렇게 위험한 CFD거래는 주식의 흐름을 잘 아는 전문가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원칙적으로 CFD거래는 전문투자자의 영역이었습니다. 2019년 전에는 금융투자상품 잔액 기준으로 5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 금융위원회가 금액을 5000만원 이상으로 낮췄습니다. 사실상 돈 좀 있다는 사람은 다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2018년 CFD거래 개인 전문투자자는 3000명 정도였지만 2023년 현재는 그 숫자를 가늠하기도 어려울 만큼 늘어났습니다. 증권사도 절세 상품이라고 소개하면서 CFD 거래 시장은 급성장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당국은 CFD거래의 기준을 다시 제고하고,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주식시장이 변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