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에서 포획된 늑대거북. /유튜브 채널 정브르 영상 캡처

파충류 애호가들 사이에서 반려동물로 인기를 누려왔지만 최상위 포식자로 생태계를 위협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늑대거북’이 국내 한 하천에 출몰했다. 몸무게만 10kg에 육박하는 이 늑대거북을 본 파충류 전문 유튜버는 “여름철 휴가 갔다가 발가락이라도 물렸다가는 큰일”이라며 “생태계 교란종 유기의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생태계 교란종인데...전국에서 출몰

10일 파충류·희귀동물 전문 유튜브 채널 ‘정브르’에는 ‘우리나라 하천에서 잡힌 늑대거북이 이정도 크기면 뉴스감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정브르는 하천에서 훌치기 낚시를 하던 중 늑대거북을 잡았다는 구독자의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아가 확인 후 지자체에 직접 신고해 처리했다.

이 늑대거북은 육안으로 봤을 때 등갑만 30cm 이상으로 보였고, 무게는 10kg가량 나갔다. 정브르는 “제가 본 늑대거북 중에 가장 크다”며 “이끼가 약간 있지만 생각보다 엄청 깔끔하고 얼마나 잘 먹었으면 살도 엄청나게 쪄있는 상태”라고 했다.

하천에서 포획한 늑대거북. /유튜브 정브르 영상 캡처

늑대거북이가 잡힌 하천은 늑대거북이 살기 좋은 환경이었다. 정브르는 “늑대거북이 한 마리 있으면 아무도 늑대거북을 죽일 수 없고, 괴롭힐 수도 없다”며 “(하천변에) 올라와서 늑대거북끼리 짝짓기를 했다면 물가 근처의 땅을 굉장히 깊게 파고 들어가 산란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브르는 “이곳에는 리버구터,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이 산란을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며 “토종 자라나 남생이를 지키려면 (외래종을) 퇴치하는 게 맞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거북이를 잡고도 토종인지, 외래종인지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생태계 교란종인 늑대거북은 이미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상황이다. 영상에선 서울 불광천과 제주에서 늑대거북이 출몰한 제보 영상도 함께 공개됐다.

이 늑대거북은 해당 지자체 환경정책과 생태교란 제거반에서 수거했다. 담당자는 “폐기 처분이 원칙인데 올 가을에 생태계 교란종 관련 전시에서 전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토종 거북이인 남생이와 자라. /유튜브 정브르 영상 캡처

◇악어 다음 최상위 포식자

북미가 원산지인 늑대거북은 새끼일 때는 10cm 미만으로 작다. 귀여운 반려동물로 인기가 높았던 이유다. 하지만 다 자라면 등딱지 길이만 30cm가 넘을 정도로 거대해진다. 날카로운 턱을 이용해 입에 들어가는 것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늑대거북은 물가 생물 중 악어 다음 가는 최상위 포식자다. 어류, 조류, 양서류는 물론이고 소형 포유류도 먹어치울 정도로 포식성이 강하다. 국내에는 천적이 없어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성격이 사납고 공격적이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생각하면 사람과 같이 큰 포유류도 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 이름이 ‘무는 거북(snapping turtle)’일 정도다.

영상에서 정브르가 포획한 늑대거북에게 당근을 들이밀자 순식간에 당근을 깨물어 조각냈다. 정브르는 “하천에서 늑대거북을 발견하면 절대 가까이 가면 안 된다. 순식간에 공격을 가한다”며 “사람을 공격할 때 머리가 갑자기 확 튀어나올 수 있고 치악력이 엄청 센 편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했다.

실제로 플로리다 등 미국에서는 늑대거북에게 발가락을 물려 큰 부상을 입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 날카로운 물체를 막대기에 달아 훌치기와 비슷한 원리로 포획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다고 한다.

순식간에 당근을 물어 조각내는 늑대거북. /유튜브 채널 정브르 영상 캡처

◇인기 반려동물이 유기돼 생태계 교란종으로

‘늑대거북’은 지난해 10월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지방환경청은 늑대거북을 계속 키우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4월까지 ‘사육 유예’ 신청을 받았으며, 사육 유예를 기간 내에 하지 못한 경우엔 늑대거북을 직접 수거센터에 가져다 줘야 한다.

생태계 교란 생물이란 생태계 균형을 어지럽히거나 어지럽힐 우려가 커 개체 수 조절이나 제거가 필요한 생물을 뜻한다. 교란 생물로 지정되면 학술연구, 교육, 전시 등 목적으로 지방환경청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수입, 사육, 양도, 양수가 금지된다.

함부로 유기하면 최대 2000만 원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거주 지역 지방환경청에 문의하면 수거센터 위치와 방법을 안내 받을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늑대거북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돼있어서 못 키우게 됐다고 절대 하천 등에 함부로 유기하거나 산책 등의 이유로 자연 환경에 노출시키면 안 된다”며 “사육 유예 신청을 놓친 분들은 늑대거북을 6월말까지 진주에 위치한 야생생물관리협회에 직접 가져다주면 된다”고 했다.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된 늑대거북. /유튜브 채널 '정브르'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