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TV조선이 높은 점수를 받자 “미치겠네” “욕 좀 먹겠네”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이 같은 한 위원장의 반응을 접한 방통위 간부들은 점수를 조작했고, 한 위원장은 이를 묵인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법무부가 이날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에 제출한 ‘TV조선 점수 조작 의혹’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 2020년 3월 방통위 양모 방송정책국장으로부터 “TV조선이 재승인 기준인 650점을 넘겼고 과락도 없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 이에 한 위원장은 “미치겠네. 그래서요?”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 위원장의 반응을 접한 양 국장은 심사위원장 윤모 교수를 통해 일부 심사위원들을 움직여 점수를 깎도록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윤 교수는 양 국장에게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했고, 심사위원들에게는 “재승인을 못 받게 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점수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들은 ‘방송의 공정성’ 관련 항목에서 점수가 50%에 못 미치면 ‘조건부 재승인’이나 ‘재승인 거부’ 처분을 받는다. TV조선의 관련 점수는 210점 만점에 105.95점이었는데, 104.15점으로 낮아졌고 이에 따라 조건부 재승인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이 같은 점수 조작 사실을 명확히 인식했다고 봤다. 그는 양 국장에게 “윤 교수에게 점수를 알려줬는데, 그 이후 일부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수정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심사위원장이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조작된 점수를 승인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일부 언론이 이와 같은 사실을 취재하자 양 국장 등에게 “점수 수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 될 수 있으니 잘 관리하라”는 취지로 은폐를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 위원장은 평가 점수 조작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방통위 명의 보도 설명 자료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점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음’이라는 허위 문구를 작성하도록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공소장에는 한 위원장이 직권을 남용한 정황도 담겼다. 자신이 공동대표를 지냈던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인 김모 교수가 심사위원 후보군에서 탈락했지만,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심사위원 명단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한 위원장이 TV조선의 재승인 유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도록 지시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위법·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봤다.

한 위원장은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