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체조견 모찌가 26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전망대 위에서 체조 음악에 맞춰 두 발로 서서 시민들과 함께 체조를 하듯 움직이고 있다. /신지인 기자

26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소망탑 전망대. 한 주민이 “우리 동네 유명인사 오셨다”며 환호했다.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주인공은 스피츠 견종 ‘모찌(10)’였다.

모찌의 별명은 ‘체조견’이다. 등산객들이 산정상에서 체조 음악에 맞춰 몸을 풀면, 그 옆에서 모찌는 두 발로 서 체조를 하듯 움직였다. 서초구 주민 박선미(39)씨는 “모찌가 올 만한 시간에 맞춰 등산하곤 한다”고 했다.

모찌(오른쪽)가 26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전망대 위에서 체조 음악에 맞춰 두 발로 서서 체조를 하듯 움직이고 있다. /신지인 기자

모찌의 주인은 이순규(56) 우면산 아리랑산악회 대장이다. 이씨는 일주일 중 6일은 우면산을 찾는다. 늘 소망탑 전망대에서 산악회원 10여 명과 체조를 해왔는데, 5년 전쯤부터 모찌가 체조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씨는 “처음엔 나무 펜스에 묶여 있는 하네스(목줄)를 풀어달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몸짓의 타이밍이 체조와 비슷했고 음악이 꺼지면 몸짓도 멈추더라”고 했다. 모찌는 회원들이 가만히 서 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체조 중 ‘팔 들어 흔들어 앞뒤로 휘둘리기’ 순서가 오면 어김없이 앞발을 듣고 좌우로 허리를 흔들었다.

이 모습이 신기해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찍어 개인 소장하는 주민들도 많다. 그중 한 명인 민일영 전 대법관은 “모찌가 체조하는 영상을 지인들에게 보내니 합성이나 컴퓨터 그래픽인 줄 알더라”며 “(모찌가) 체조가 건강에 좋은 줄 아는 건지 기가 막히게 잘 따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사람들이 모찌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끔 혼자 등산을 오면 사람들이 나를 못 알아보기도 하고, ‘왜 강아지 안 데리고 왔냐’며 서운해하기도 한다”고 했다.

사람 나이로 치면 모찌는 일흔 살 정도다. 3~4년 전에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양재천 3㎞를 뛰고 우면산에 올랐는데 최근에는 힘든 기색을 보여 등산만 한다고 한다. 집 앞 산책을 나설 때면 계단을 주로 이용하는데, 요즘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자는 듯 앞에서 누워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모찌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인 고구마로 관심을 끈다고 한다. 최근 사흘 동안은 모찌가 노화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등산을 못했는데, 주인 이씨는 “앞으로 이런 날이 더 많아질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산악회원 김모(55)씨는 모찌에게 “내가 너 때문에 허리 아픈 것도 모르고 산에 온다”며 “제발 오래오래 같이 산에서 만나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