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26일 12시 35분쯤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착륙 직전 승객이 비상구 출입문을 열었다. /연합뉴스

경찰이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약 213m(700피트) 상공에서 항공기 출입문을 열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이모(33)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씨는 “최근 실직 후에 스트레스를 받아오고 있었다”며 “비행기 착륙 전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서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는데요. 다가오는 휴가철, 비슷한 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답답해서” 항공기 출입문을 강제로 연 경우, 어떤 처벌을 받나요?

항공기의 출입문을 강제로 연 피의자는 ‘항공보안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벌금형이 없습니다. 징역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또 이씨의 행위로 인해 치료받아야 할 승객이 있다면 형법상의 상해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최대 15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어떤 규정에 따른 건가요?

항공안전보안법 제23조에선 ‘승객의 협조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항공기 내에 있는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다른 사람을 폭행하거나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ㆍ협박ㆍ위계행위(危計行爲) 또는 출입문ㆍ탈출구ㆍ기기의 조작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조 의무를 위반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승객이 호흡곤란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면 형법상 최장 7년의 형으로 처벌받는 상해죄도 성립되는데요. 출입문을 강제로 연 피의자가 ‘다른 승객이 다치면 어떠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래도 하는 수 없지 뭐” 혹은 “에이 설마 다치겠어?” 정도로 상해 발생을 용인하거나 감수하는 의사가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213m 상공에서 출입문을 열면 다른 승객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출입문을 열었다면 다른 승객이 다쳐도 어쩔 수 없다는 의사가 있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최소한 2개 범죄가 함께 성립하면 형법 제38조 제2호에 따라 가장 무거운 죄의 형에 2분의 1까지 가중해서 처벌합니다. 그러면 최대 15년까지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비행기 탈 일이 많은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항공기 탑승 승객의 협조 의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항공 탑승 승객은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 ▲흡연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는 행위 ▲다른 사람에게 성적(性的)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 ▲「항공안전법」을 위반하여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행위 ▲기장의 승낙 없이 조종실 출입을 기도하는 행위 ▲기장 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방해하는 행위 ▲항공기가 착륙한 후 항공기에서 내리지 않고 항공기를 점거하거나 항공기 내에서 농성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됩니다. 그리고 ▲승객은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상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이씨가 비상구 레버를 건드려 문이 개방됐으며, 항공기 슬라이드 일부가 파손됐다. /뉴스1

◇항공 승객이 협조 의무를 위반하면 어떻게 되나요?

먼저 ‘운항 중’이란 개념을 설명하겠습니다. ‘운항 중’이란 의미는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해 문을 열 때까지’를 의미합니다.

▲첫째,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ㆍ협박ㆍ위계행위 또는 출입문ㆍ탈출구ㆍ기기의 조작을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합니다. 또 항공기 내에서 다른 사람을 폭행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기장 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방해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 ▲운항 중인 항공기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는 행위 ▲기장의 승낙 없이 조종실 출입을 기도하는 행위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 지시에 따르지 않는 행위 ▲항공기 착륙 후 항공기를 점거하거나 항공기 내에서 농성하는 행위에 대해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 흡연 행위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다른 사람에게 성적(性的)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 ▲「항공안전법」을 위반해 전자기기를 사용 행위에 대해선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 탑승이 아예 금지되는 일도 있다면서요?

항공기에 탑승하는 사람이 신체, 휴대물품 및 위탁수하물에 대한 보안 검색을 거부하는 경우, 항공기 탑승 승객이 본인 일치 여부 확인을 위해 신분증명서 제시를 요구할 때 이를 거부하는 사람, 그리고 음주로 인해 소란 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선 탑승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먼저 비상구 자리에 탑승을 요청하는 승객에 대해선 신분 검사를 철저히 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항공 안전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협조 의무를 구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됩니다. 둘째,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조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비상구 앞엔 반드시 승무원이 마주 보고 앉는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승객들만 있다면 당연히 비상사태에 우왕좌왕하지 않을까요. 승객의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항공보안법 제23조 제9항에 따라 항공기가 이륙하기 전에 승객에게 협조 의무를 알려주는 영상물을 상영하거나 방송해야 합니다. 이 영상 혹은 방송 내용에 협조 의무 불이행 시 처벌된다는 점을 명확히 알려야 합니다. 단순히 협조 의무가 있다고 방송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항공기 점검 등을 위해 ‘계류 중’인 항공기 내에서도 폭언하거나 흡연, 또는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 등을 하면 처벌받습니다. 결론적으로 공항에 가는 순간부터 국가기관의 모든 정당한 지시와 요청을 따라야 합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