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8일 새벽 경기 구리 왕숙천 CCTV에 찍힌 형 이모(46)씨와 동생의 모습.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산을 가로채려 장애인 동생을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의 살인 혐의가 최종 무죄로 결론 났다. 이로써 남성은 34억원에 달하는 부모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을 수 있게 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모(46)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유기치사 혐의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2021년 6월 28일 새벽 지적장애 2급인 동생(당시 38세)을 경기 구리 왕숙천 근처로 데려가 물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전날 오후 평소 술을 마시지 못하는 동생에게 위스키를 권해 마시게 하고 범행 직전엔 수면제까지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범행 후 “동생이 영화관에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다”고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이 CCTV 등을 토대로 동생의 행적을 확인한 결과 이씨가 거짓말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씨가 지인을 통해 수면제를 구하고, 타인의 이름으로 빌린 차를 이용해 범행 장소까지 이동한 사실도 파악됐다.

이씨의 부모는 서울 명동의 유명 식당을 운영해 생전 큰 재산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 사망 후 이씨와 동생은 절반씩 상속받았으나, 낭비벽이 있던 이씨는 자기 몫의 유산을 탕진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씨가 부모의 상속재산 34억여원을 분할하는 문제를 두고 동생 후견인인 숙부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재산을 모두 챙길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씨가 고의로 동생을 살해했는지는 입증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동생이 졸린 상태로 현장을 배회하다가 실족해 빠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이씨가 동생을 직접 물에 빠트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항소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검사와 이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살인 아니면 유산 상속 가능…이씨 지인 “이건 남는 장사”

형 이씨가 평소 83년생 공무원으로 행세하고며 지니고 다닌 공무원증.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 사건은 앞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뤄졌었다. 당시 방송에서 이씨를 유흥업소에서 알게됐다는 지인 A씨는 “부모님 돌아가신 후 이씨에게 폭발적인 소비가 일어났다”고 했다. 이씨의 소셜미디어에는 외제차량부터 명품 옷, 신발 등을 구매한 게시물들이 다수 올라왔다. 이씨는 평소 ‘83년생 미혼 공무원’으로 행세하고 다녔으며 A씨는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후에야 이씨가 그보다 6살 많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A씨는 이씨의 살인 혐의 무죄와 관련해 “이런 말 해선 안 되지만, 10년만 살고 나오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며 “동생은 죽었고 출소하고 나서도 여전히 재력은 건재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동생 살인 혐의가 인정됐다면 이씨는 그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었다. 민법은 ‘고의로 직계존속 또는 상속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와 ‘고의로 직계존속에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상속인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씨에게 인정된 유기치사 혐의는 두 결격 사유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이로씨 이씨는 동생에게 남겨진 부모의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