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양천구 신정 차량기지를 시(市) 외곽으로 이전하는 대신 덮개를 씌워 상부를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 차량기지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차량을 주차·정비하는 기지로 양천구 목동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다. 규모는 축구장 33개와 맞먹는 23만4000㎡에 달한다.

서울 양천구 신정 차량 기지의 모습. 서울 지하철 2호선 차량을 주차·정비하는 기지로 목동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다. /서울교통공사

서울시는 신정 차량기지를 강남구 수서 차량기지처럼 복합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수서 차량기지 선로 사이에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고 덮개를 씌운 뒤 그 상부에 로봇·IT(정보통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수서 차량기지 입체복합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세부 계획을 만들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정 차량기지 상부에도 공원과 아파트, 빌딩 등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정 차량기지 이전은 양천구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대규모 차량기지가 있다 보니 소음과 진동으로 불편이 크고, 동네가 서로 단절되는 문제도 있었다. 서울시는 당초 지하철 2호선을 경기 부천 대장지구로 연장하면서 차량기지도 함께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부천시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해 이전 사업이 1년 이상 중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변 지자체들이 차량기지를 원치 않는 상황에서, 덮개를 씌워 복합 개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차량기지 13곳... 여의도 규모

서울 시내에 있는 차량기지는 총 13곳이다. 면적을 모두 합치면 292만㎡(88만3300평)로 여의도보다 크다. 처음에 지을 때는 도심 외곽이었는데 지금은 도시가 팽창하며 다들 시내 요지가 됐다. 서울시는 이 땅을 더 효율적·입체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3곳 중 창동 차량기지(노원구)와 방화 차량기지(강서구)는 각각 경기 남양주와 김포로 이전 중이다. 두 곳 모두 서울 지하철을 경기도로 연장하면서 차량기지도 함께 이전하는 사례다.

그래픽=김현국

창동 차량기지가 옮겨가는 남양주 진접 차량기지는 현재 42%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6년 상반기엔 이전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창동 차량기지 부지에 바이오·의료 분야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방화 차량기지는 작년 11월 서울시와 김포시, 강서구 등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김포 이전에 합의했다. 강서구 방화동이 종점인 지하철 5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는 대신 강서구 차량기지와 건설폐기물처리장을 김포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김포시와 강서구민의 숙원이 한꺼번에 해결된 사례”라고 했다.

하지만 이 외의 대부분 차량기지 이전은 난항을 겪고 있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지하철 연장은 반기지만 차량기지는 받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랑구 신내 차량기지 이전은 지하철 6호선 남양주 덕소 연장 사업과 함께 추진했으나 경기도 반대로 일단 무산됐다. 수서와 신정을 포함해 고덕(강동구), 이문(동대문구) 차량기지는 이전 대신 복합 개발을 추진 중이다.

◇“3호선 연장하려면 수서 기지도 이전해야”

다만 수서 차량기지 복합 개발은 최근 변수가 생겼다. 경기 수원·용인·성남·화성 등 4개 시가 지하철 3호선 연장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4개 시는 서울시에 협조를 요청하고, 오는 8월 3호선 연장을 위한 용역도 공동 발주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하철 3호선을 연장하려면 수서 차량기지를 경기 남부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 연장만 요구할 뿐 차량기지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곳은 없다. 3호선 연장도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수서 차량기지가 이전하면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5개 크기인 20만7000㎡ 부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덮개를 씌워 개발하는 방식은 상부에 고층 빌딩을 올리기 어려운데 부지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으면 고층으로 복합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