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11시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 전국의 군(軍)부대에 코인 노래방 기기와 전자 오락기를 납품·관리하는 민간 사업자 150여 명이 모여 “소상공인 다 죽는다! 국방부는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들이 국방부 앞까지 몰려간 이유는 뭘까. 국방부는 최근 민간 사업자들에게 계약 종료를 이유로 군부대에서 노래방 기기와 전자 오락기를 철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전국 육군 부대에 설치된 노래방 기기와 게임기는 모두 1만5668개, 운영하는 업체는 149곳이다. 휴게실이나 복지 시설에 설치해 장병들이 휴식 시간에 이용해 왔다. 업체들은 군부대에 토지 사용료를 내고 기계를 설치한 뒤 운용해왔다.

군이 이 사업자들에게 기기 철거를 요구한 건 장병들의 노래방·오락실 이용 빈도가 줄어든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2020년 7월부터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했다. 이때부터 병영 문화는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휴대전화로 게임은 물론, 영화를 보거나 주식 투자까지 한다. 지난 4월 제대한 김지훈(24)씨는 “대부분 병사는 5시 반만 되면 생활관 침대에 누워 이어폰을 꽂고 휴대전화를 보기 바쁘다”며 “이등병 때만 해도 우르르 노래방에도 몰려가고 했는데 이젠 그런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사업자들은 장병 문화의 변화는 이해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타격까지 겹쳤기 때문에 기기 철거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부대 20여 곳에 노래방 기기와 게임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김모(49)씨는 “2020년 초부터 군부대에선 코로나 환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노래방·오락실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코로나가 이제 끝났는데 바로 철수하라는 건 나가 죽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소규모 편익 장비 연합회 측은 “전국 군부대에 쏟아부은 1000억원가량의 장비 투자금을 몽땅 날릴 판”이라고 했다. 부대 30여 곳에서 노래방을 운영 중인 박모(51)씨는 “코로나가 풀려 매출이 다시 늘 것으로 기대했지만, 신곡 업그레이드 비용도 못 맞추고 있다”고 했다. 사업자 측에서는 “코로나로 노래방 사용이 제한됐던 기간인 2~3년 정도는 더 운영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달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군은 “지난해 1월 운영지침을 하달해 각 부대와 계약을 맺고 있던 민간업체들이 적법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1년 간의 유예기간을 이미 부여한 바 있다”며 “기기 철거 요구는 관련 법령 및 계약 종료에 따른 적법한 절차”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