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서울백병원 직원과 노조원들이 폐원안 의결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 병원인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20일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1941년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1700억원의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82년 만에 폐원하게 됐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팀에서 결정한 ‘서울병원 폐원안’을 의결했다. 이사진 7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폐원안을 통과시켰다.

병원 측은 그동안 누적된 적자와 떨어지는 병상 가동률 때문에 병원 폐원 절차를 밟아왔다. 병원 측에 따르면, 서울백병원은 2004년 처음으로 7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작년까지 누적 적자는 1745억여원이었다. 병상 가동률 역시 2017년 79.1%에서 2021년 52.3%, 2022년 48.7%로 점차 감소했다. 도심의 인구가 감소하는 ‘공동화 현상’으로 내원 환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병원은 2016년부터 경영난 해소를 위해 병상 수 감축, 시설 부분 리모델링 등에 나섰지만, 적자를 벗어나긴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폐원 절차를 밟는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의료진과 병원 직원들이 반대 집회 등을 펼쳤지만 폐원을 막기는 어려웠다. 인제학원 측은 “서울백병원 직원 300여 명의 고용은 일산·부산 등 법인 소유 다른 병원을 통해 승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백병원이 없어지더라도 기존 부지에는 의료 시설만 들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시가 이날 폐원 결정된 서울백병원 부지를 상업용이 아닌 의료 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시는 “시민 건강을 책임지는 서울백병원의 사회적 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시계획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