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십 원 빵'

경북 경주의 명물로 자리 잡은 ‘십원빵’이 단종 위기에 놓였다. 십원빵은 1966년 발행된 10원짜리 동전 모양을 본 떠 만든 빵인데, 조폐 당국이 ‘화폐 도안의 영리 목적 이용 금지’ 규정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한국은행 측은 “적법한 범위로 디자인 변경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조폐공사는 최근 십원빵 디자인을 두고 내부 법률 검토를 진행했다. ‘한국은행권 및 주화의 도안 이용 기준’에 따르면 화폐 도안은 한은의 허가 없이 영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 별도로 허용한 경우라도 유효 기간은 6개월이다.

십원빵은 2019년 12월부터 경주 일대 카페에서 만들어 팔기 시작한 빵이다. 빵 디자인은 1966년 8월 16일 한국조폐공사가 발행한 첫 십원화 디자인을 차용했다. 앞면에는 다보탑이, 뒷면에는 액면가가 적힌 모습이다.

이 빵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일본 도쿄에서 콘셉트를 그대로 차용한 ‘십(10)엔빵’이 작년 가을무렵 출시되기도 했다. 이 십엔빵 역시 일본에서 인기를 끌어 오사카 등 다른 대도시로 판매망이 확대되는 중이다.

현지 온라인 경제 매체에선 십엔빵을 사례로 들며 “한국에서 히트한 것을 흉내내면 일본에서도 나름대로 히트한다”는 이른바 ‘한국 흉내 히트의 법칙’을 소개하기도 했다.

경주 10원빵이 인기를 끌자, 작년 가을부터 일본 주요 대도시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10엔빵. 겉과 속 재료가 10원빵과 똑같다. /일본 매체 소라뉴스24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십원빵을 먹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2021년 9월 17일 경주 황리단길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해 3월 경주 십원빵 업체를 찾아 시식하는 모습을 연출했었다.

방송도 탔다. 같은해 5월에는 KBS1 교양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한바퀴’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언론에서 십원빵 제조사들의 화폐 도안 상업적 이용 문제를 제기하면서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한국은행은 그러나 십원빵 제조업체들이 10원짜리 동전 도안을 무단 사용한 데 따른 저작권 침해 등 법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지역 관광 상품 판매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로 디자인 변경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화폐 도안 이용 기준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화폐 도안을 무단 이용한 방석, 속옷, 유흥업소 전단 등 사례에 대해서도 기준을 안내하고 대응해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