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창문에 아이가 스티커를 붙인 모습. / 뉴시스

비행기 창문에 스티커를 붙이는 행동은 민폐일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쟁이 불거졌다.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바깥 경치를 즐기려는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함을 준다’는 의견과 ‘스티커는 떼면 그만인데 아이와 엄마를 향한 시선이 각박하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발단은 최근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었다. 3살 아이를 키우는 한 회원이 필리핀 보홀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기를 남기며 기내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논란이 된 사진을 보면, 상공을 날아가는 항공기 객실 창문 위에 캐릭터 스티커 십여개가 붙어있는 모습이다.

해당 게시물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공유되면서 ‘항공기 창문에 스티커를 붙이는 행동’을 두고 논쟁이 붙었다. “항공기 유리창은 외부 시야를 확보한다는 안전 목적이 있는데 스티커로 가리면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 “다른 좌석에 앉은 승객들도 항공기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볼 권리가 있다” “공공기물에 스티커를 붙이는 행동 자체가 잘못이다. 공중 도덕 문제” 등의 지적이 올라왔다.

반면 “스티커 자국이 남지 않으면 괜찮다” “아이의 귀여운 장난을 두고 사회가 팍팍하게 구니 저출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승객들이 비상시 승무원 말을 듣지 누가 창문을 보나” “비행기에서 아이가 울거나 떼쓰는 행동보단 잘 노는 게 낫지 않나” 등 비판이 과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논란이 일자 사진을 올렸던 회원은 “항공기의 위험성이나 이런 것은 잘 몰랐다”며 “초보 엄마의 실수라고 생각해 달라. 앞으로 조심하고 더 배려하며 아이를 키우겠다”고 해명했다.

항공 분야 전문가는 기내 창문에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는 항공기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자제해달라고 했다. 유경인 미국 미드웨스트 대학 항공학과 교수는 27일 조선닷컴에 “객실 창문은 바깥 상황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며 “이·착륙 전에 창문 덮개를 열라고 안내하는 이유도 항공기 사고가 제일 많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승무원들이 창문을 보고 엔진 등에 문제가 있는지 외부 상황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1989년 영국 브리티시미들랜드항공 추락사고 때도 한 승객이 창문을 보고 왼쪽 엔진에 불이 난 것을 발견했었다. 그러나 승객과 승무원이 이 사실을 조종실에 알리지 않았고, 기장은 엔진 통제장치만 보고 오른쪽 엔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오른쪽 엔진의 출력을 줄여버렸다. 이 사고로 승객 126명 중 47명이 숨졌다.

이외에도 스티커를 뗐다 남은 흔적으로 항공기 청소와 점검하는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유 교수는 “항공기는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스티커 자국이 남으면 턴어라운드 시간(비행기가 화물·승객 등을 내리고 다시 탑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런 행동이 아이들 사이에서 퍼지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