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밤 일본 도쿄 시부야역 근처 미야시타공원의 모습. 이곳 맛집 거리는 밤마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2020년 낡은 공원을 리모델링해 상가를 짓고 옥상에 공원을 만들어 명소로 탈바꿈했다. /사진=최종석 기자

지난달 24일 찾은 일본 도쿄 도심(都心)은 활력이 넘쳤다. 철도 노선 9개가 지나는 도쿄의 ‘타임스스퀘어’라고 불리는 시부야역 일대는 고층 빌딩들을 잇는 공중 보행교 공사가 한창이었다.

시부야는 2011년 이후 단계적으로 철도 노선을 지하화하고, 그 자리에 40층 안팎의 복합 건물을 짓고 있다. 2027년이면 전체 단지가 완성된다. 도쿄 시민들은 “도쿄에서 벌어지는 100년 만의 대(大)공사라고 하는데 시부야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된다”고 했다.

대형 복합 건물이 들어서니 2000년대 롯폰기힐스 등으로 떠난 IT 기업과 스타트업 회사들이 시부야로 돌아오고 있다. 2019년 시부야로 돌아온 구글재팬이 대표적이다. 직원 수가 1300여 명에 달한다.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롯폰기에 밀렸던 시부야가 재개발을 통해 다시 도쿄의 ‘실리콘밸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현재 공실률이 1%도 안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시부야역 일대의 재개발 바람은 주변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부야역 근처 낡은 공원은 2020년 ‘입체 공원’으로 거듭났다. 민관이 함께 공원 전체를 3층 높이로 지어 올렸다. 공원은 옥상에 만들고, 그사이 건물엔 상가들이 입점했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세계에서 하나뿐인 이 공원에 빠져 매장을 냈고, 1층 맛집 거리는 밤마다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도쿄 도심의 재개발 바람은 2000년대 도쿄역 앞 마루노우치에서 시작했다. 마루노우치는 도쿄의 글로벌 금융 지구다. 국가중요문화재인 도쿄역 주변에는 ‘용적률 이전(고도 제한에 걸린 건물이 주변 건물에 자기 용적률을 파는 제도)’이라는 아이디어를 도입해 30~40층이 넘는 고층 빌딩이 어우러져 있는 복합 단지가 생겼다. 과거 도쿄역 근처엔 100척(약 31m)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규제를 철폐한 것이다. 차로를 줄이고 법을 바꿔 유럽식 노상(路上) 카페도 허용했다.

그래픽=백형선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낙후한 도쿄역 뒤편 ‘야에스’ 지역에도 30~40층 복합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곳곳이 철거 작업 중이다.

도쿄 도심 재개발의 상징인 롯폰기힐스 근처에는 제2, 제3의 ‘힐스’가 올가을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고층 복합 단지로 개발중인 도라노몬힐스와 아자부다이힐스는 현재 조경 등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아자부다이힐스의 높이는 325m. 완공되면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된다. 도쿄가 2014년 오사카 아베노하루카스(300m)에 뺏겼던 일본 마천루(摩天樓) 1위 자리를 약 10년 만에 되찾는 것이다. 일본의 건축 전문가들은 “1990년대 호황기에 불었던 일본 내 마천루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마저도 4년 뒤 순위가 또 바뀌게 된다. 도쿄역 뒤편 ‘니혼바시’ 지역에 고속도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높이 390m짜리 빌딩을 세우는 ‘토치타워’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올 10월 착공해 2027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신주쿠 일대도 신주쿠역을 중심으로 2046년까지 재개발이 진행된다. 마루노우치와 시부야에 이어 신주쿠로 이어지는 도쿄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도쿄를 찾은 외국인은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1518만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코로나 종결 후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